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스타일은 이 사진 몇 장으로 끝납니다. 빨, 주, 노, 초, 파, 남, 검, 회, 화이트까지, 정말 다양한 색깔을 소화하고 있죠. 특히, 밝으면서도 채도가 높은 색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마치 루비나 에메랄드, 사파이어, 토파즈처럼 보석류를 연상시키는 이런 계열의 색상을 ‘jewel tone(쥬얼톤)’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항상 그랬던 건 아닙니다. 여기, 두 장의 대조적인 사진을 보시죠. 같은 벵가지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인데, 왼쪽은 지난 2013년 1월 국무장관 신분으로 참석했을 때고, 오른쪽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인 지난해 10월입니다. 딱 보기에도 오른쪽이 더 낫죠.
버니 샌더스 후보는, 한마디로 인자한 교수님 같은 모습입니다. 약간 괴짜 같은 교수님이죠. 머리는 늘 조금씩 헝클어져 있는데, 그 순간의 에너지를 보여줄 뿐, 상관하지 않습니다. 진정 그 순간 펼쳐지는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대통령스럽게 보이려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든가 하진 않습니다. 그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나는 일이 거의 드뭅니다. 게다가 캐주얼 차림이라고 해도, 청바지 차림 같은 건 없습니다. 청바지는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고, 그가 속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의 현실 속 캐주얼은 골프장 복장입니다. 그래서 캐주얼을 택하는 날이면, 마치 골프 코스에 나온 듯한 차림을 합니다.
유일하게 캐주얼다운 아이템은 야구 모자인데요, 모양이 영 별로인데도 이는 그에게 중요치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 적을 수 있느냐이기 때문입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고 써 있네요. 즉, 패션 소품이 아니라, 선거 운동 용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테드 크루즈 후보는 청바지에, 부츠에, 카우보이 벨트를 착용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자신이 텍사스 사람임을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런 앞뒤 정황 없이 사진만 봐서는 잘 이해하지 못 하겠지만, 사실은 바비큐 파티라든가 굉장히 캐주얼한 행사에서 찍힌 경우가 많은데, 텍사스 태생 정치인들에게 이는 매우 흔한 현상이고, 이들은 더 큰 무대에 올라서조차 “내 고향은 텍사스다”라고 꼭 티를 냅니다.
정치인들은 정말 각양각색의 행사에 참석하죠. 어떨땐 격식 있는 수트를 갖춰 입어야 하고, 어떨땐 비즈니스 캐주얼이 필요하고, 자켓을 걸쳤다가도 쉽게 벗을 수 있어야 하고, 타이를 생략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리저리 연출이 가능하면서도 믿음직스럽고 권위 있는, 신뢰할만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여러 겹을 겹쳐 있는 게 제일 좋은데요, 이럴 때 스웨터만한 게 없습니다.
이들 중 누가 오는 11월 대통령에 당선될까요? 대통령이 되고 나면 후보일 때와는 또 스타일이 달라지겠죠?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