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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작살 박힌 밍크고래…불법 포경 대부 조직 잡았다

송성준 기자

입력 : 2016.03.03 14:06|수정 : 2016.03.03 17:29


지난해 4월 27일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밍크고래가 작살이 박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죽은 고래에는 작살 흔적이 모두 6곳이나 있었고, 이 가운데 2곳에는 작살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가 있었습니다.

울산해경은 바로 수사에 착수해 10개월여 만에 불법 포경 일당 6명을 검거했습니다. 수사결과 놀랄만한 사실들이 새로 밝혀졌습니다.
 
● 선주 노릇 대행해 온 선장…"모든 범행은 내가 주도 했다" 거짓 증언
 
해경은 수사 착수 1개월도 안돼 선장 등 5명을 검거했습니다. 불법 포경에 동원된 배도 찾아냈습니다.배에서는 작살과 쇠 촉, 갈고리 등 고래 포획과 해체에 사용되는 작업 도구들이 발견됐습니다. 작업 도구들은 울산의 조그마한 철물공장에서 은밀하게 주문 제작되어 왔습니다.

선주로부터 고래해체 도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주문 제작을 한 겁니다. 선장 53살 D 모씨는 불법 포획 사실을 부인하다가 불법 고래포경선에서 채취한 혈흔에서 죽은 고래의 혈액과 동일한 DNA가 검출되자 비로소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선원들과는 이미 입을 맞춘 상태. 자신이 불법 포획을 주도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선원들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진술했습니다. 해경은 폭넓은 탐문 수사 끝에 선장의 배후에 숨은 주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10개월간 추적한 끝에 숨은 배후자인 실질적인 선주 박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 선주는 불법 포경업계의 대부…조폭식 선원 관리
해경에 따르면 선주 박 씨는 소위 고래 포경업계에서는 대부로 통할 정도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박 씨는 7년 전인 지난 2009년 포경선 한 척을 자신의 장모 이름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을 전후해 3척을 추가로 더 운영해 온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모두 자신의 이름이 아닌 장모나 동생, 처형 등의 명의로 선주를 변경 등록하는 수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리고는 선원들을 철저하게 관리했습니다. 한 배에 보통 4, 5명씩 배치를 하되 신분이 확실하고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선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수시로 교육도 시켰습니다.

이현철 울산해경 수사과장은 “선원들에게 별도의 행동강령과 지침을 주어서 적발시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도록 조직적인 교육을 시켜 왔다”고 밝혔습니다. 조폭조직과 비슷하게 선주 대신 처벌을 받았을 때는 보상도 해 주며 선원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박 씨는 선원뿐 아니라 불법 포경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를 제작하는 철공소, 자신이 잡아온 고래를 유통 판매하는 업자들을 은밀하게 관리해 왔습니다.

고래를 작살로 잡으면 바로 바다에서 해체 작업을 한 뒤 부위별로 마대자루에 담아 바다 속에 숨긴뒤 부표를 띄워 놓았습니다. 그리고 감시가 소홀한 밤이나 새벽에 운반선을 투입해 자신이 관리하는 유통조직이나 매입처로 공급해 왔습니다.

해경의 조사 결과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만 밍크고래 13마리, 시가 5억여 원 어치 상당을 잡아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 씨는 지난 2009년 배 한 척을 구입한 뒤 2010년에는 세 척을 더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포획한 고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선주의 이중생활…기초생활수급자로 신분 세탁, 매달 60만 원씩 받아와그런데 놀랍게도 선주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매달 60만원씩 생활보조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해경 검거 전인 지난해 10월 경북도경에서 불법포획 혐의로 잡혔습니다. 그런데 경북도경은 그를 단순 선원으로 처리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돼 있어 선주일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설마 기초생활수급자가 그런 목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이현철 울산 해경 수사과장은 “기초수급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잡혀 온 선원들도 모두 박 씨를 선원으로 거짓 진술했습니다. 박 씨 앞으로 된 재산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해경이 박 씨의 통화내역과 계좌 추적, 선원 진술 등을 종합해 조사한 결과 박씨는 8천만 원짜리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부자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장모와 동생 , 처형, 여동생 명의로 현금과 부동산, 어선 등을 빼돌려 놓은 증거도 포착됐습니다.

해경은 박 씨가 수사를 피해 자신의 신분을 이중 세탁해 놓았다고 설명 했습니다. 박 씨의 이러한 신분 세탁으로 박 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났었던 것입니다.
 
● 해경, 유통조직과 거래처 추적 수사 중…고래고기 값 폭등, 유통 물량 없어해경은 박 씨와 거래를 해 온 3개 유통조직과 10여개 소의 고래고기 판매처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해경이 지난해부터 단속을 강화하자 고래 포경선들이 출항을 포기하고 항구에 장기 정박돼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고래 고기 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올라 2배 정도 급등했다고 합니다. 고래 고기 1KG에 지난해 초 7, 8만 원 하던 것이 지금은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에도 고래고기 물량이 없어 아예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규모 고래고기 판매 업소는 아예 고래 고기를 구하지 못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불법 포획이 암암리에 성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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