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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진, '치인트' 남주로서 원작 작가에게 전하는 사과

입력 : 2016.03.01 10:35|수정 : 2016.03.01 10:35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이 전개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원작 웹툰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초반 호평과 달리, 극이 흐를수록 원작을 왜곡시키고 인물들의 관계가 엉뚱하게 흘러간다는 비판을 받으며 인기만큼 뜨거운 홍역을 앓았다.

작품이 좋지 않은 이유로 쓴소리를 듣는다면, 가장 속상한 사람은 단연 출연 배우일 것이다. ‘치인트’에서 유정 역을 맡아 ‘국민 선배’라는 애칭까지 들은 배우 박해진.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안타까운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치인트’에 가장 먼저 캐스팅돼 오랫동안 준비해온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였다. 뜨겁게 사랑했기에, 이번 논란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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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시오패스 NO, 유정은 순수하고 아이 같은 친구"

‘치인트’ 원작을 세 번이나 읽었다는 박해진은 웹툰 속 유정을 브라운관으로 고스란히 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유정의 잘생긴 외모와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러면서 눈빛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까지 그대로 살려냈다. 원작을 토대로 철저히 캐릭터를 분석한 박해진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정스러워지려 노력했다. 유정이 복잡미묘하게 보이는데, 사실 굉장히 순수하고 아이같은 친구다. 설이(김고은 분)한테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설이가 시간을 갖자고 하니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연락해도 되냐고 물어보지 않나. 방송만 보면 유정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로 생각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유정이 그런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다.”

‘치인트’는 유정이 선인(善人)인지 악인(惡人)인지 헷갈리게 하는 에피소드들로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 불렸다. 유정의 정체에 대한 의문은 드라마의 재미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런데 ‘치인트’는 끝나가지만 유정이 왜 그런 평범치 않은 사람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점은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이 크게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유정의 성격적인 관계장애에 있어서, 어렸을 때 성장과정이 좀 더 표현됐다면 시청자가 유정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쉬웠을 거다. 유정을 이해하기에 있어 너무 불친절했다. 시청자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건, 결국 공감대를 사지 못 했다는 이야기다. 몇 개의 신들로 이 캐릭터 전체의 감정을 풀어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게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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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작가에게 미안하다"

‘치인트’의 전개가 논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여주인공 홍설과 서브남주 백인호(서강준 분)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며 정작 남주인공 유정의 분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그러면서 뻔한 삼각관계 로맨스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대학생활을 실감나고 재치있게 그려내며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한 원작 웹툰과 드라마 ‘치인트’는 점차 달라졌다.

“원작이 없다면 어떤 얘기든 한없이 만들어내도 상관없다. 원작이 있다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라는 법도 없다. 그건 감독님이 작가님과 얘기해서 정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작품을 선택한 배우들은 원작을 생각한다. 원작을 통해 생각하는 모습들이 분명 있을텐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으니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분량은 상관없다. 다만 나와야 될 순간에는 나와서 해야 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원작을 더 따라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작과 드라마 ‘치인트’를 모두 사랑했고, 유정으로서 집중해 살아온 시간이 탄탄한 만큼 박해진이 느끼는 아쉬움은 상당했다. 특히 그는 원작 웹툰의 순끼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인터뷰 자리를 빌어 순끼 작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미안하단 말을 꼭 하고 싶다. 나도 ‘치인트’ 독자로서 원작을 정말 재밌게 잘 봤다. 유정이란 캐릭터를 내가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원작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작품이니, 원작에 누가 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게 누군가는 만족할 수 있고 누군가는 만족 못 할 수도 있다. 누구도 말하지 않을 것 같아, 유정이란 역을 맡은 배우로서 내가 대표로 말하고 싶다. 사과의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아직 웹툰은 결말이 안 났는데, 순끼 작가는 드라마에 흔들리지 않고 원래 생각한 방향대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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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안에 새 작품으로..선행도 계속"
 
박해진은 ‘치인트’의 유정을 비롯해 ‘나쁜 녀석들’의 이정문,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 등 최근 차가운 느낌의 캐릭터를 연속으로 연기하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역으로 시작해 ‘내딸 서영이’의 이상우, ‘별에서 온 그대’의 이휘경 등을 거치며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사했던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변신을 생각하거나 의도한 건 아닌데, 계속 그런 차가운 친구들을 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원래 이재경(신성록 분) 역할을 하려다가 이휘경 역을 하게 됐다.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 그 때 이재경이란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다면, 차기작으로 ‘닥터이방인’이나 ‘나쁜 녀석들’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이휘경을 해서 주저없이 그런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또 그런 작품들 속에서 보여준 사이코패스적인 모습들 때문에, 유정 역할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배우들 중 내가 선택될 수 있었던 거 같다.”

박해진은 연예계 대표적인 ‘선행 천사’다. 꾸준히 기부를 해왔고 겨울마다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악플러들과 연탄봉사활동을 함께 하는 ‘대인배’의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박해진에게 선행의 계기를 물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나도 어렸을 때 형편이 좋지 못했고, 그건 데뷔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누군가를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돼 그런 일들을 시작하게 됐다. 근데 내가 하는 것보다 더 큰 걸 얻을 수 있는 게 선행이더라. 그래서 조금씩 더 하게 된다.”

이제 박해진은 아쉬움이 많이 남은 ‘치인트’를 뒤로 하고 새로운 작품을 찾고 있다. 이별의 아픔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는다고 하지 않던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또 다른 작품으로 잊는 법이다. 박해진은 올 해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릴 예정이다.

“아직 출연이 결정된 건 없지만, 계속 작품을 찾아보고 있다. 올해 안에 영화든 드라마든 국내든 국외든, 빨리 또 작품을 선택할 계획이다. 금방 또 찾아뵐 수 있을 거 같으니, 기대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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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WM컴퍼니]

강선애 기자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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