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지하기'는 진정 '미션 임파서블'인가.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승승장구하면서 공화당 주류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반(反)트럼프 공동전선도 쉽사리 구축되지 않으면서 이대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결정될 경우 공화당 내홍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를 둘러싸고 공화당의 내분이 시작됐다"며 "공화당의 정체성과 근본 가치에 위기를 겪게 됐다"고 진단했다.
'거품'으로 치부되던 트럼프의 인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공화당 주류의 위기감도 점점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를 막기 위한 대책은 쉽사리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 대항마로 꼽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경선 도중하차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크리스티 주지사는 트럼프 편에 섰다.
루비오 의원은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앞으로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걸 들은 주지사가 "44살짜리가 내 미래를 운운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낸 밋 롬니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향해 반트럼프 연대의 필요성을 내비쳤으나, 케이식 주지사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루비오 의원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도 아직 성과가 없고, 루비오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밋 롬니는 지지선언 대신 트럼프를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밋 롬니의 선거 고문이었던 마이클 리빗 전 유타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 "(트럼프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아예 없고 막후 협상도 없다"며 공화당이 공동전선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선거 초반 트럼프를 저지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놓쳤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선 초기 일찌감치 하차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나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초반 트럼프 공격에 나섰으나, 공화당 내에서 이를 받쳐주지 않아 금세 사그라졌다.
오히려 트럼프 쪽으로 승기가 점차 넘어가면서 트럼프를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공화당 주지사 모임에서 트럼프 저지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던 폴 르페이지 메인 주지사는 일주일새 태도를 180도 바꿔 지난 26일 "트럼프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드 말렉 전 공화당주지사협회의 금융위원장은 NYT에 "공화당 주류가 영향력 한계에 부딪쳤다"며 "공화당이라는 다양한 그룹을 한 데 묶을 지도자나 기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는 공화당 전반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다. 그의 논란 많은 시각 때문이 아니라 전혀 예측 불가능하고 틀이 잡히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선 지금까진 통했지만, 앞으로 지켜볼 공화당원으로서는 완전히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화당의 복잡한 사정을 보여주듯 제도권 정치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움직임과 반대로 보이콧을 선언하는 의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에 대한 그의 애매모호한 입장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보이콧을 공개로 선언했다.
현직 상원의원이 트럼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새스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집권 시 뭘 하겠다고 자랑만 하고 KKK 비난을 거부하는 후보는 보수 운동을 이끌 자격이 없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이대로 후보로 지명된다면 나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 진영은 제3의 대안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도 성명을 내고 "KKK와 같은 증오단체를 즉각 거부하지 않는 후보는 공화당을 대표할 자격도 없고, 공화당을 통합시킬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