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 여성 조종사로 참전한 일레인 D.하먼은 지난해 4월 숨졌지만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숨진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하먼의 유해가 묻히지 못한 이유는 국립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먼의 유족들이 미 버지니아 주(州)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싶다는 하먼의 편지를 발견하고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며 28일(현지시간) 그의 사연에 얽힌 논란을 소개했다.
미국 법률상 하먼처럼 2차 세계대전에서 '여성공군파일럿'(Women Airforce Service Pilots·WASP) 소속으로 활동한 조종사는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게 돼있다.
미군도 지난해 법률적 검토 끝에 하먼이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군은 1977년 개정된 법안이 기술적으로 WASP 조종사를 미 보훈처를 위해 활동했을 뿐 군인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WASP은 미군의 항공기를 조종한 최초의 여성들이지만 정식 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순직한 조종사들은 참전 중 전사한 병사와 같은 예우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사관후보생과 같은 훈련을 받았다.
전쟁에서의 임무는 전장을 누비던 남성 조종사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응급환자, 전투대원, 폭탄 수송에서부터 야포사격 훈련용 표적물을 항공기 뒤편에 매달고 공중을 비행하면서 가상 표적이 되기도 했다.
임무 수행 중 숨진 조종사만도 최소 36명이나 된다.
2차대전 중 1천여 명에 달했던 이들 여성조종사는 현재 300명 남짓 생존해 있다.
하먼처럼 사망한 후에도 여성조종사들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WASP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 공군 사상 첫 여성 전투 조종사였던 마사 맥샐리(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여성조종사들이 사후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맥샐리 의원은 "미 국방부가 모든 임무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개방했지만 개척자였던 여성 조종사들에게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문을 닫아 놓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맥샐리 의원의 최초 발의 후 법안은 동료 의원 100여 명의 지지를 얻었다.
현재 법안은 소관위원회를 통과해 미 하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NYT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여성 조종사들이 알링턴 묘지에 묻힐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사진=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