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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동이체 출금 통장, 한 방에 바꿀 수 있습니다

손승욱 기자

입력 : 2016.02.29 14:28|수정 : 2016.03.01 15:46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회사원 김씨는 자동이체 통장을 4개 쓰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통장은 20년 가까이 써온 개인 통장이고, 국민은행 통장은 이전 직장의 월급 통장입니다. 농협 통장은 대출 통장이고, 우리은행 통장은 현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통장입니다.

이렇게 여러 은행의 통장을 쓰게 된 이유는 직장을 옮기고, 이사를 하면서 만든 통장을 그때그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각 통장마다 자동이체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모두 가지고 있게 된 겁니다.


김씨의 경우 개인통장에서는 관리비와 기부금이, 전 직장의 월급통장에서는 보험료가, 현 직장의 월급통장에서는 카드요금이 빠져나갑니다. 무척 번거롭고 복잡합니다. 심지어 김씨는 기부금과 관리비를 내기 위해 매달 월급통장에서 개인통장으로 돈을 송금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일 때문에 돈을 보내지 못해 제때 공과금을 내지 못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물론 통합해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카드사나 통신사,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일일이 주거래 계좌를 바꿔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바쁘고 번거로워서...” 통장 정리를 하지 못한 김씨 같은 분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제는 은행창구에서 한 번에 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자동이체, 이 통장으로 몰아주세요”…은행 창구에서 바로 가능

금융위원회는 2월 26일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동이체를, 은행창구와 은행 홈페이지에서 한 번에 자동이체를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 가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화면을 인쇄해서 보여줍니다. 


이 화면에는 자신의 통장 목록이 나오고, 거기에 자동이체로 돈이 빠져나가도록 얽혀있는 항목들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항목들을 잘 살펴본 뒤 ‘원하는 은행의 원하는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되도록 설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방문하신 은행의 통장으로만 올길 수 있기 때문에 주거래 계좌를 만들 은행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원하는 은행에 계좌가 없다고 해도, 창구를 방문해 새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이동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개인계좌 자동이체 건수는 모두 27억3천만 건인데, 성인 1명당 평균 7건 꼴입니다. 규모로는 630조원을 넘습니다.

● 월세·동창회비 같은 ‘자동송금’도 한 번에…

카드요금, 통신비, 보험료 같은 자동납부 외에 월세, 동창회비, 적금 납입금 등 고객이 직접 이체 시기와 금액을 설정해 놓은 이른바 ‘자동송금’ 내역에 대해서도 조회나 해지, 변경이 가능합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이체 내역 중 자동송금은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카드값, 통신비, 보험료 다 한 통장으로 몰아놨는데, ‘월세 납부’ 때문에 다른 통장 하나만 남겨놔야 한다면 계좌이동제가 큰 의미가 없겠죠. 금융위는 그래서 자동송금도 이번 서비스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 “주거래 계좌를 잡아라”…고객 유치 경쟁 치열

은행들은 계좌 이동제에 맞춰 자동이체를 몰아 놓은 이른바 ‘주거래 계좌’를 유치하는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A라는 고객이 계좌이동제를 이용해 자동이체를 B은행 통장에 몰아놓았다면, 3월 14일부터 시작되는 만능통장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B은행에서 가입할 가능성이 높고, 대출도 B은행에서 받을 가능성이 높고, 예금 적금 가입도 B은행에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입니다. 고객 A씨는 B은행 주거래 고객이 될 가능성인 높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계좌이동제에 맞춰 은행들은 다양한 혜택을 담은 상품들을 내놨습니다. 예를 들면 공과금 출금 계좌만 옮겨도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상품 등 제법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은행 창구를 찾기 전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각 은행들의 혜택을 비교해 본 뒤 ‘주거래 계좌’를 선택하는게 좋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계좌 이동제 첫날인 지난 26일, 은행창구와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이체를 조회한 사람이 37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동이체 통장 바꾸려다가 “아유, 복잡해서 못하겠다”면서 포기한 분들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계좌이동제’ 실시로 카드사와 보험사, 통신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본인 인증을 하고, 상담원 연결을 한참 기다리다가  계좌 번호 불러줄 필요 없이, 은행 창구 한 번 찾아가서 ‘원하는 은행의 원하는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한 번에 바꿀 수 있습니다.

평소에 뻣뻣하기로 유명한 은행들이 혜택까지 들고 고객 유치에 나선 상황이니까, 은행 별 ‘이용시간’에 맞춰 은행 창구나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동이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통장을 한 번에 산뜻하게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