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27일(현지시간) 1년 전 총에 맞아 숨진 유력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모크크바에선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경찰 추산 약 7천500명의 추모객이 시내 북쪽 '체호프스카야' 지하철역 주변에서 '아카데미카 사하로바 대로'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고인을 추모하고 살해범 처벌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2만5천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반정부 재야 정당인 '국민자유당'(PARNAS) 공동 의장 미사일 카시야노프와 일리야 야쉰, 또다른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하원의원 드미트리 구트코프 등이 시위 행렬을 이끌었다.
시위대는 '살인자는 책임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넴초프 살해를 주도한 실행자들뿐 아니라 배후 세력까지 모두 찾아내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진행하는 도로 양편으로 배치돼 질서 유지 활동을 펴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양측 간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가두 행진이 끝난 뒤 카시야노프와 야쉰 등을 비롯한 야권 인사와 일부 시위대는 넴초프가 피살된 현장인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코보레츠키' 다리를 찾아 헌화했다.
경찰은 다리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추모객들을 차례로 입장시켰으며 확성기 방송을 통해 이들이 현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추모객들의 물결은 저녁까지 계속 이어졌다.
존 태프트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와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외교관들도 피살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이날 넴초프 추모 집회는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중부도시 니즈니노보고로드 등 러시아 내 다른 도시들에서도 진행됐다.
러시아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에서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끈 넴초프는 지난해 2월 27일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 강 다리 위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수사당국은 그동안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의 피의자 5명을 체포해 기소하고, 넴초프 살해를 교사하고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체첸 자치공화국 내무군 '세베르'(북방) 부대 장교 루슬란 무후디노프에 대해 국제수배령을 내렸다.
무후디노프는 가짜 여권을 이용해 러시아를 탈출, 현재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것으로 넴초프 피살 사건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은 수사에 의해 드러난 인물들은 실행자들일 뿐이며 살해를 기획하고 지시한 배후 세력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은 크렘린에 충성하는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넴초프 사건에 개입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당국은 그에 대한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에 충성을 서약하고 반정부 야권 인사들을 '국가 반역자'로 몰아붙이며 이들에 대한 정치 공세에 앞장서고 있는 친(親)크렘린계 인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