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을 하는 동양인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또 내가 하는 음악은 어디서 왔는지를 고민했죠." 3년 만에 리사이틀을 앞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17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정체성이라는 말을 꺼냈다.
어린 나이에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음악을 깊이 고민하고 탐구했다는 것이 그의 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양에서 음악을 하다 보면 '동양인이 왜 우리(서양) 음악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나 역시 나 자신이 그 사람들의 고전 음악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물었어요." 이런 고민은 음악의 역사, 한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계기가 됐고 전 세계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후((前後)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는 27일 열리는 자신의 두 번째 리사이틀 주제를 '전쟁과 평화'로 정하고 1910∼1920년대 음악으로 채운 것도 이와 같은 생각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졌다.
손열음은 "1910∼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강제'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세상이 확 열린 시대"라며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1910년은 한일병합이 강행되고 서양의 문물이 대거 들어온 시기라는 점에서 이때의 서양 음악은 당시 우리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리사이틀은 아돌프 슐츠-에블러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에 의한 아라베스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모리스 라벨과 조지 걸슈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거쳐 다시 라벨의 '라 발스'로 끝을 맺는다.
손열음은 "첫 곡이 1차 대전 이전 화려한 유럽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마지막 곡은 첫 곡처럼 왈츠가 나오지만 일그러진 형태를 보이며 깨져버린 유럽의 화려함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1986년 5월생인 손열음은 한국 나이로는 31세, 만 나이로는 29세이다.
이번 리사이틀의 작품들이 전쟁 전과 후 세계 사이에 놓여 있다면 손열음 자신도 20대와 30대를 걸쳐 있는 셈이다.
'음악 영재'에서 이제 30대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하는 그가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손열음은 "20대 때는 자신감이 없었고 내가 못하는 것만 생각했다"며 "30대에는 조금은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