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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용택 "SKY 못 가 실망했다고? 어른들 정말 못됐어"

입력 : 2016.02.17 09:27|수정 : 2016.02.17 10:14

* 대담 :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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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어느덧 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요즘 각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인데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여고 졸업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학교 이사장이 졸업식 축사를 하는 시간에 졸업생들에게 실망했다, 이런 말로 졸업식 분위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하죠. 이사장이 졸업생들에게 실망한 이유가 뭔가 했더니 학생들이 서울대 같은 명문대를 많이 못가서 였다는 겁니다. 우리 교육계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한 뒷맛이 쉬 가시지 않는데요. 이 시간에는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분이죠. 김용택 선생님 전화 연결해서 관련한 말씀 좀 나눠보겠습니다. 김용택 선생님?
 
▶ 김용택 시인: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이른 시간에 감사합니다.
 
▶ 김용택 시인:
 
(웃음) 저는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세요. 선생님은 우리 시대에 사랑받는 시인이시고 섬진강가에 작은 초등학교에서 평생 교사로 봉직하시다가 얼마 전 은퇴하셨는데 은퇴하신지는 몇 년째 되신 거죠?
 
▶ 김용택 시인:
 
저는 상당히 오래 됐죠. 한 8년째 접어들고 있네요. 사실 학교에서 금방 퇴직 하고나면 사실 학교 현장하고는 금방 멀어져요. 옛날하고는 달라서.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 김용택 시인:
 

 
▷ 한수진/사회자:
 
요즘이 졸업 시즌인데 학교 생각나지 않으세요?
 
▶ 김용택 시인:
 
지나다가 보면 요즘 학교 정문 앞에 졸업식 언제 한다고 플래카드가 걸려있죠.
 
▷ 한수진/사회자:
 
저는 플래카드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던데요.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옛날에 아이들 앞에 서서 옛날에 우리들은 울었잖아요. 우리들이 졸업할 때도 울고 또 내가 옛날 졸업식 할 때 아이들이 졸업식 노래 부르면서 펑펑 울던 그런 생각들이 나죠.
 
▷ 한수진/사회자:
 
빛나는 졸업장을 그 노래 듣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고 했는데요. 졸업식이라는 게 평생을 두고 의미 있는 행사인 것 같은데 제가 앞서도 잠시 말씀드렸는데 서울의 한 학교에서 이사장께서 졸업식 축사를 하신다면서 어떻게 보면 황당한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선생님도 혹시 그 뉴스 보셨어요?
 
▶ 김용택 시인:
 
그렇죠. 교육 뉴스라면 따지지 않고 잘 챙겨보는 편인데 사실 그 학교 이사장님뿐이 아니었을 겁니다. 학교 졸업식장에 가보면 대개 서울대, 연대, 고대 몇 명 들어간 게 자랑으로 생각하고 그 얘기를 주로 고등학교에서는 많이 하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겠죠.
 
▶ 김용택 시인:
 
그 이사장만 특별히 지목해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일반적이죠, 대개.
 
▷ 한수진/사회자:
 
요즘 학교 현장에서 대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학부모들도 그렇게 큰소리 낼 입장은 못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용택 시인:
 
우선 가장 중요한 게 학부형들 생각이죠. 학부형들이 원하는 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돈 벌고 출세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단 SKY대를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 있잖아요. 누구나 다 그렇죠.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죠.
 
▷ 한수진/사회자:
 
하지만 그 졸업식장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면 말이죠.
 
▶ 김용택 시인:
 
그거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죠. 어떻게 어른들이 정말 우리나라의 어른들이 정말정말 못됐어요. 어떻게 그 아이들한테. 제가 이따 또 강연을 갈 데가 있는데 고등학교에. 이때 제가 미리 확인을 해요, 전화가 오면. 강연 섭외가 오면. 그 학교에 정문에 서울대 고대 연대 들어간 플래카드 걸려 있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가죠. 그런데 요즘에는 그게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그런 플래카드는.
 
▷ 한수진/사회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잖아요.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서울대 고대 연대 간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그 나머지 아이들이 그 플래카드 밑으로 들어가서 교문을 들어갈 때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그 아이들이 학교를 믿겠어요. 선생들을 믿겠어요. 어른들을 믿겠어요. 믿지 않죠.
 
▷ 한수진/사회자:
 
다른 나라 같은 데 보면 정말 졸업식 때 명연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젊은 시절 실패의 소중함 같은 것도 많이 강조하고 학생들 격려하고. 그런 훈훈한 분위기가 부럽기도 하던데요.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인생에 대한 앞날을 어른들이 길을 내주고 터주는 그런 자기 인생의 이야기들을 담아서 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감동하고 듣는 분들도 감동하죠.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금방 얘기했듯이 서울대 우리학교에서 몇 명 들어갔다. 등수에 대한 가치를 주입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졸업식을 사실은 별 감동 없이 앉아 있다가 나오는 편이 많을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어른들이 사실 그렇지 않게 만들어줘야 할 텐데 앞서서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게 이게 서글픈 일인 것 같아요.
 
▶ 김용택 시인:
 
이루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인 젊은 아이들한테는 정말 절망이죠. 졸업식장이 아니라 절망의 장일 것 같아요. 앞길이 꽉 막혀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이 김에 우리 졸업식 문화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게요. 졸업생 모두를 주인공 삼아서 축하도 하고 격려도 하는 그런 축제를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 김용택 시인:
 
당연하죠. 졸업식장이야말로 설렘과 기대가 충만 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가슴에 희망찬 기대에 가득찬 장이 돼야 할 텐데 우리사회는 아이들이 무슨 아이들부터 저도 그런 학생들을 많이 봤지만 졸업식이라는 게 시원한 거죠. 우선 학교를 3년을 벗어났다는 것 6년을 벗어났다는 게 몇 년을 벗어났다는 게 아이들한테는 너무 홀가분하고 시원한 일이고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그런 학교가 되어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졸업식 이후에 서로들 축하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장난스럽게 또 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점점 과격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 김용택 시인:
 
그렇죠. 그것도 사라지고 있는데 밀가루를 뿌린다거나 계란을 깨서 던진다거나 이런 것도 사라지고 있잖아요. 썰렁하죠. 졸업식장이.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학생들 좀 생각하셔서 이 시간에 간단하게나마 이런 축사였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대신 한 말씀 해주신다면 어떨까요?
 
▶ 김용택 시인:
 
굉장히 어렵죠. 아이들한테 졸업식장에서 무슨 요새 어떤 교훈이 되는 말을 한다는 게 이게 잘 먹히지도 않고 그런데 저는 이런 말씀을 해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어떻겠느냐. 좋아하는 걸 찾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평생 하면서 살도록 하자.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공부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또 나름대로 살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는 나름대로 사는 법을 잃어 버렸잖아요.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소나무가 좋다고 하면 숲에 가면 나무가 많은데 어른들이 소나무가 좋다고 하면 우리 어른들 모두가 소나무가 되게 하려고 애를 쓰잖아요, 아이들을. 참나무가 될 아이를 소나무로 만들려고 하고 팽나무가 될 아이를 소나무로 만들려고 하잖아요. 나는 그냥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살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평생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살자.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잘 살고 가꿔서 잘 살고.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잘 가꿔서 살아라.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싶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사는 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름대로 사는 법을 찾아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크게는 알아서들 잘 살자.
 
▷ 한수진/사회자:
 
(웃음) 알아서들 잘 살자.
 
▶ 김용택 시인:
 
(웃음) 사실 알아서들 살아야 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가 아니고, 이게 좋다, 저게 좋다가 아니고 나름대로 알아서 사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각자도생 이런 말씀 하시는 줄 알고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 김용택 시인:
 
각자도생이 아니고 알아서 사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자기 인생이니까 자기가 책임을 지고 한번 멋지게 살아봐라.
 
▶ 김용택 시인:
 
돈만 벌어라, 출세해라, 라고 어른들이 가르치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얘기 듣지 말아라.
 
▶ 김용택 시인:
 
듣지 말고 그건 어른들이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나름대로 알아서들 잘 살자, 이렇게 해주고 싶죠.
 
▷ 한수진/사회자:
 
자기만의 나무를 가꾸면서 말이죠.
 
▶ 김용택 시인:
 
자기 나름대로 자기 나무. 나는 참나무니까 참나무대로 잘 가꾸고, 나는 소나무니까 소나무대로 잘 가꿔라. 그래서 큰 숲을 이루면서 살자, 이렇게 하고 싶죠.
 
▷ 한수진/사회자:
 
무슨 무슨 대학 못가서 실망하지 말아라.
 
▶ 김용택 시인:
 
그럼요.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게 제대로 된 사회입니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김용택 시인:
 
(웃음) 너무 뻔했나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요. 좋습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에 다시 한 번 시인께 전화 연결해서 봄 얘기 한번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용택 시인: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