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쿠시로습지, 멸종위기 두루미와 인간의 공존
낮에 오붓하게 쉬거나 밤에 맘 놓고 잠 자는 곳은 여기, 물 흐르는 강기슭 얕은 곳이나 여울이란다. 우리가 즐겨먹는 물고기나 물속 곤충도 많으니까, 잘 봐두거라. 밤에 잘 때는 여우나 너구리나 들고양이나, 이런 녀석들이 우리를 해치러 들어오지 못하거든. 네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생존지혜, 명심하거라.
우리 두루미 일가가 겨울에 사람 주는 모이에 기대는 게 사실 자연스러운 게 아니란다. 그래도 어쩌겠니, 겨울철 홋카이도에서 우리 두루미 가족이 사람과 공생하게 된 게 벌써 60년이 넘었으니, 이것도 살아가는 방식이 된 게지.
우리처럼 정수리에 빨간 베레모 쓰고 순백의 깃털 외투 걸친 일족을 '두루미(grus japonesis), 단정학(丹頂鶴)'이라고 부르는데, 지구상에 통틀어 아시아 동북부에만 3천 마리 정도 밖에 안 남았지. 그 중 절반이 홋카이도에 1년 내내 머물러 살고, 나머지 절반 친척은 겨울에 어디로 날아와 사는지 아니? 바로 이웃 대한민국이란다. 강원도 철원 휴전선 비무장지대와 민통지역에 가장 많이 온다는군. 거기 사정은 어떨지...
아가야, 우리 일족은 뭇새와 다르게 아름답고 우아하니 행동거지에 주의하기 바란다. 특히 몸집이 커서 날다가 무슨 물체든 부딪치기라도 하면 끝장임을 명심해라. 특별히...전봇대가 늘어선 곳에선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 가느다란 전깃줄에 걸리면 다리 날개 부러져서 바로 세상과 작별하게 된단다. 인간이 겨우 우리에게 배려한다는 게 전깃줄에 노란 덮개를 씌우는 정도인데, 안개 낀 날이나 주위가 어두울 땐 그마저도 잘 안 보여서 위험하니, 부디 조심하거라.
바라기는 사람들이 더는 습지를 망가뜨리지 않고 우리가 지금 사는 곳만이라도 남겨주면 좋겠구나. 습지는 쓸모없는 물구덩이라고 여겨서 멋대로 메워서 농경지 목초지로 만들고 건물도 짓고 했지만, 지금은 습지가 생명의 낙원이요, 보물창고라고 알게 됐으니,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지.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