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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임제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논란이 됐던 사건인데 말이죠. 이른바 도둑 뇌사사건이라고 하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잡은 청년, 실형 선고를 받았죠?
▶ 임제혁 변호사:
일단 사건 내용 간단히 말씀드리면 새벽에 귀가하던 20대 청년이 집에 들어와서 50대 도둑을 발견합니다. 이 청년은 누구냐 라고 외치면서 도둑의 얼굴을 때려서 넘어트리고요.
도둑은 넘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서 팔로 머리를 감싸고 도망을 가려 했고 청년은 넘어진 도둑의 머리 부위를 발로 차고 빨래 건조대로 때리고 벨트까지 풀어서 때렸습니다. 그런 사건이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 피해자인 절도범이 지금 뇌사상태가 된 거죠?
▶ 임제혁 변호사:
일단 실신을 했고 병원에 가서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수개월 후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목숨을 잃게 됐고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티즌들이 판결에 대해서 의견이 뜨거웠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어떤 식으로든 죄 값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내 집에 침입한 도둑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이냐. 판사 집에 도둑 들었으면 가만히 보고 있을 것이냐. 그런데 주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그런 내용이 많았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네. 그랬었죠.
▷ 한수진/사회자:
임 변호사님은 이 판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제혁 변호사: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합리적이다?
▶ 임제혁 변호사:
아마 네티즌 분들 화내실 분들 많을 텐데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이유가요. 판결이 이 사건에서 벌어진 행동들을 굉장히 나누어서 잘 살피고 있기 때문이에요. 잘 보면 집 주인은 도둑을 발견하고 주먹으로 때려서 도둑을 제압합니다.
그리고 도둑은 넘어지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집을 나가려고 하고요. 여기까지 판결이 이걸 1차 폭행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여기서 멈추질 않고 넘어진 도둑을 두고 때리고 발로 차고 빨래 건조대로 또 때리고 혁대를 풀어서까지 때린 거예요.
더 이상 도둑을 제압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거의 분풀이에 가까운 행위를 한 거죠. 법원은 이걸 2차 폭행이라고 보고 판단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렇게 폭행을 1,2차로 나눈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이렇게 1,2차로 나눴기 때문에 정당방위인지 여부에 대해서 자세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1차 폭행으로 일단 도둑은 제압이 됐어요.
폭행을 멈추고 꼭 정당방위 같은 신변을 확보해서 수사기관에 넘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행범 체포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못해서 도망가게 놔둬도 어쨌든 자기가 도둑질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가 있었어요.
여기까지는 정당방위 혹은 좀 더 과했다 하더라도 과잉방위로 봐서 처벌을 받지 않을 수는 있었어요. 그런데 이 청년이 여기서 멈춘 게 아니고 머리를 감싸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을 때리고 발로 차고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때리고 벨트까지 풀어서 때린 거예요.
사실 저는 벨트 풀어서 때렸다는 부분 있잖아요. 이건 더 이상 방어가 아니라 분노를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여기서부터는 분노다?
▶ 임제혁 변호사:
네. 사람의 머리가 쉽게 깨지지 않거든요. 정말 상당 시간 엄청난 폭행이 이어졌다고 봐야 되고 그래서 판결도 판결문을 보면 1차 폭행에 이어 추가 폭행한 피고인의 행위는 방어의사를 초월해서 공격의 의사가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의 상당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고 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게 1심과 2심 판결 모두가 똑같은 거죠.
▶ 임제혁 변호사:
형량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정당방위로 인정 안 한 건 똑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도둑은 흉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었고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관계로 보면 흉기 같은 건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냐 그 기준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우리나라 형법에 정당방위라는 게요. 소위 정당방위를 행사하는 시점에 폭행, 절도, 강도 등 어떤 현재에 부당한 침해를 당해야 하는 현재성이라는 게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정당방위로 행하는 행위가 방위 행위로써의 상당성. 그러니까 상대방의 공격에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행사하는 저항 수단이 정도와 종류가 새로운 공격이 아니라 사회 통념으로 봤을 때 충분히 허용된다. 그리고 과잉 방위라는 것도 있잖아요.
과잉 방위는 상당성을 좀 벗어났더라도 형을 감형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결국 과잉 방위도 방어행위로는 조금 과하지만 계속 방어의 의사라는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행동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과잉방위 이건 판단하기 힘들겠어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상당히 판단하기 힘든데요. 오늘 이 도둑 뇌사사건이랑 이 사건 말고도 다른 사건 하나 말씀드릴게요.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인데 이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 하면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있었어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려는데 술 취한 남편이 아내 머리채를 붙잡고 못 나가게 합니다. 아내가 남편의 팔을 뿌리치고 휙 돌아서 발로 남편의 배를 차서 밀어버렸어요.
그런데 남편이 뒤로 밀려가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치고 결국 병원에 가서 뇌수술까지 했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건데요.
▷ 한수진/사회자:
법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죠?
▶ 임제혁 변호사:
이때에도 아내를 처벌을 했습니다. 이걸 보면 이때 법원에서 팔을 뿌리친 것까지는 정당방위다 라고 보고 배를 발로 차서 넘어트린 건 방어가 아니라 공격으로 봤어요. 솔직히 이건 가정폭력을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에요.
이런 남편은 팔을 뿌리치면 더 덤빕니다. 정말 발로 배를 차서 넘어트리거나 밀어버리건 그래야지 그나마 시어머니를 모시고 피신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고 이거야 말로 지속적인 방어 의사에서 벌어진 거기 때문에 과잉방위로 봐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건하고 지금 도둑 뇌사사건하고는 본질적으로 달라요. 도둑 뇌사사건은 이미 방어의사가 완벽한 공격의 의사 분풀이로 변질이 됐거든요. 이건 과잉방위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데 당장 자기 집에 도둑이 침입했고 나를 해칠 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내가 하는 게 정당방위냐, 과잉방위냐, 그걸 넘는 공격의 행위냐. 분노도 나타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놀랐겠어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임제혁 변호사:
그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형법이라는 게 보면 굉장히 분석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사람의 주관적인 의사, 의도, 목적 그리고 외부로 드러난 행위들을 분리해서 분석을 하고 재구성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좀 전에 말씀드렸던 아내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이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을 보면 당장 아내가 팔을 뿌리친 건 방어행위죠.
그렇죠. 덤벼든 남편의 배를 찬 건 방어행위 자체가 아니라는 분석은 이런 건 정말 형식적이고 현실성이 없다 라고 할 수 있지만 도둑 뇌사사건의 폭행은 이건 좀 다른 게 폭행의 기간이 순식간에 이뤄진 게 아니에요.
행동의 방식도 바뀌어요. 잘 보면 주먹에서 발로 또 주위 물건을 이용했다가 몸에 착용했던 벨트까지 푸는 방식으로 바뀌는데 그 사이에 도둑의 행동도 바뀌어요. 처음에는 도망을 치려다가 그 다음에는 맞아서 넘어져서 엎드려서 기어나가려고 하고 더 이상 저항을 못하게 돼요.
결국 가해자의 폭행 정도는 강해지고 그렇죠. 도둑의 저항은 약화가 돼요. 이건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방어의사로 과도한 행동을 취했다 라고 보기도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 한수진/사회자:
피고인에게는 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 3년이 선고가 된 거죠?
▶ 임제혁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사건 알려지면서 작년에 경찰이 정당방위 수사 지침 수정하겠다고 밝혔죠?
▶ 임제혁 변호사:
기존에 경찰의 지침이 있었는데 8가지를 정하고 있었어요. 방어하기 위한 행위, 도발하지 않을 것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있었던 게 상대방의 피해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을 두면서 경찰에서도 이 요건, 상대방의 피해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은 이건 빼야겠다. 이건 개정해야 되겠다 라는 의견이 나왔었고 개정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정당방위 관련한 판결은 항상 논란이 있군요.
▶ 임제혁 변호사:
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설명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임제혁 변호사: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