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오렌지족' 변신, 귀농인·원주민 벽 허문 충주 뇌곡마을

입력 : 2016.02.03 11:39

단체 방한복 장만해 위화감 없애…귀농 이장·노인회장, 마을화합 '쌍두마차'


"이런 게 바로 '오렌지족' 아닌감유? 따뜻하고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 좋아유"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뇌곡마을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변했다.

마을 주민 너나 할 것 없이 오렌지색 오리털 점퍼를 입고 다닌다.

박명래(52) 이장의 제안으로 온 마을 주민이 똑같은 디자인의 방한복을 단체로 맞춰 입었다.

덕분에 한동안 이어진 매서운 한파에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내게 됐다.

돈독한 연대감이 형성돼 마을 단합을 이룬 것은 작지 않은 덤이다.

'단체복' 아이디어는 박 이장의 속 깊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귀농·귀촌 주민이 많은 마을 특성상 옷차림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미묘한 위화감이 조성됐고, 마을을 무애무덕하게 이끌어야 하는 그로서는 무척 신경 쓰였다.

"마을회관에서 함께 운동 하고 등산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입고 나오는 옷이 천차만별이에요. 원래 살던 분들은 대충 걸치고 나오는데 귀촌한 분들은 메이커 운동복도 입고 밍크 코트를 입기도 하더라고요.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죠. 이건 아니다 싶었죠." 같은 옷을 맞춰 입으니 이웃사촌이라는 공동체 의식과 동질감이 더 단단해졌다.

혹한기를 나기에 마땅한 옷이 없었던 주민들은 든든한 점퍼에 한겨울 추위 걱정도 눈녹듯 사라졌다.

오렌지 점퍼는 귀농·귀촌인 증가와 더불어 크게 늘어난 차량이 보행자를 치게 하는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도 한몫한다.

검정색 계열 일색인 외출복이 오렌지색으로 바뀌니 한밤중에도 운전자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방한복을 마련하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을 쾌척한 유광소(75) 마을 노인회장의 도움이 컸다.

둘 다 귀농인인 박 이장과 유 회장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마을을 이끄는 귀농 모범사례로 꼽힌다.

박 이장은 경기도 여주에서 농협에 다니다 2007년 귀농했고, 유 회장은 2010년 중학교 교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이 마을로 왔다.

박 이장은 동네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유 회장은 교직 경험을 살려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뇌곡마을은 이처럼 귀농인들이 원주민들과 잘 어울려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난 점을 인정받아 최근 농협에서 '단합·화합이 잘 되는 마을'로 선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