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동에 사는 포동이 엄마 김용숙입니다. 저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져있어요. 요즘은 아니죠..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어디 부끄러워서 남들한테 말도 못하고...
무슨 고민이냐고요? 이 나이에 무슨 고민이겠어요. 바로 자식 고민이죠. 우리 포동이가 절 엄청 속상하게 해요..
저만 보면 슬슬 도망가고 애타게 부르며 쫓아가도 어찌나 빨리 가는지 아니 누가 보면 제가 쟬 때리는 줄 알 거라니까요.
오늘은 쟤를 한번 만져보겠다고 고기 듬뿍 넣고 국도 끓였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역시나 실패네요. 고깃국을 마다하는 개라니.. 정말 제가 그렇게 싫은 걸까요?
근데 또 웃긴 게 밖에 나가면 절 엄청 졸졸 따라다녀요. 그러니까 분명 제가 싫은 건 아닌 거죠.
또 집은 얼마나 잘 지킨다고요. 낯선 사람이 오기라도 하면 엄청 짖어대요. 음식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던 손님도 쫓아 내네요.
"낯선 사람들 때문에 또 다시 가족들을 잃어 버릴까봐 그런 것 같아요”
포동이의 이런 모습을 보던 동물심리 치료사 말이 가족을 잃었을 때의 상처 때문에 그런 거라네요. 그 말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사실 우리 포동이는 체육시설에서 지내던 개였거든요. 아내랑 새끼 세 마리랑 같이 살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더 이상 시설에서 키우기 힘들어지자 아내와 새끼를 다른 집에 보내버렸어요. 그렇게 포동이만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됐어요.
혼자 남겨진 포동이. 똘망똘망하니 새 하얗고, 작고 귀엽기까지 해서 제가 데려왔거든요. 포동이에게 저희는 새로운 가족이나 다름 없는 거죠.
그런데 포동이는 가족을 잃어본 적도 있고 혼자였던 적도 있었잖아요. 그 아픔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새로 만난 이 가족만은 지키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 이었는데... 제가 괜히 나무라고, 묶어두고 그랬나 봐요. 그래서 집에만 오면 그렇게 저를 피해 다녔나 봐요.
포동이와 저 사이의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같이 차 타기에 도전했지요. 포동이가 저를 더 의지할 수 있게요. 차가 많이 흔들리니 포동이가 제 품으로 쏙 들어오더군요.
집에 돌아와서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줬습니다. 여기에 마사지까지 같이 해주니 긴장이 풀리고 저를 더욱 의지하는 것 같았어요.
깨끗하게 씻기고 마당으로 나가봤습니다. 이게 얼마만인가요. 포동이가 마당에서 배를 보여주며 누웠어요.
자꾸만 멀리서 포동이를 부르고 싶어져요. 그럴 때마다 저에게 달려오는 포동이... 언제 저를 피했나 싶을 정도로 다정한 사이가 됐어요.
포동이와 저는 오늘 화해했습니다. 서로를 너무 아끼고 사랑해서 생긴 오해, 그 오해가 풀리고 드디어 진심이 전해진 거죠. 앞으로도 오해 없이, 밀당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