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독일 의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난민 관련 글이 독일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겪은 난민들의 참상을 전하면서 독일인들이 난민들을 외면하지 않고 옳은 길을 택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음을 담담하게 밝힌 이 글은 며칠새 수십만 회나 공유됐다.
댓글들도 "독일이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줘 매우 감사하다", "당신의 체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줘 고맙다", "존경한다. 당신과 함께 있다는 일이 기쁘다", "침묵하지 않는 당신이 자랑스럽다" 등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이다.
서부 도시 마인츠 출신 의사로서 4주 전부터 긴급 보호소에 새로 도착한 난민 신청자들을 검진·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라파엘 린데만은 "이제야 내가 겪은 상황을 몇 줄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달 28일 저녁 자신의 페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린데만은 "독일에 도착해 사진과 지문을 찍고 등록하기 전, 기부된 옷을 배급받기 전, 오랜 여정 끝에 샤워 한 번 하기 전, 독일 내 여러 도시로 분산 배치되기 전 난민들이 처한 상황들을 직접 목격한 소수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겨울에 찢어진 신발과 젖은 양말을 신고 500km 넘는 길을 걸어온, 동상에 걸린 발들을 보며 난민들의 현실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맡고 있던 수용소에 한 번에 300~500명씩 도착하는 난민들의 상황은 가련하고 비참했으며 90%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고했다. 최소 40%가 어린이였으며, 일가족도 있고, 노인도 있고, 젊은이도 있었지만, 공통점은 모두 완전히 지쳐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그토록 고통받고 낙망한 경우를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보호소에 도착한 한 여성을 치료한 일을 묘사하면서 "어떻게 해서 그녀가 그 몸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상상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곪아가는 상처에서 각종 오물과 덕지덕지 한 반창고 등을 떼어내는데만 1시간 반이나 걸렸음에도 그녀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이제 안전해졌고 누군가 자신을 돌봐줘서 느끼는 충만한 감사함을 표출했다"고 적었다.

린데만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개방적 난민 정책을 둘러싼 최근의 뜨거운 논란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여름 "우리는 난민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을 당시 독일인들은 압도적으로 메르켈을 지지했으나 이후 여러 사건을 거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쾰른 신년맞이 축제 때 난민들에 의한 집단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론조사에선 40%가 메르켈을 비판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린데만은 이런 시류를 거슬러 "메르켈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난 처음으로 총리에게 존경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메르켈은 이 사람들이 우리 국경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일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거는 데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이 엄청난 과제를 받아들였다"며 칭찬했다.
린데만은 물론 독일이 난민을 무한정 받을 수 없고, 여러 문제들이 있으며, 어려운 해결책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임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인도주의적 관점 외에도 독일 사회가 노령화돼 2060년엔 3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2명 중 한 명은 51세 이상이 되어 노령연금을 납부하고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했다.
그는 불과 20년도 남지 않은 2035년엔 노동인구가 근 8백만명이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잘 받아들여 통합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독일에 이로운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60~70년대 간호인력이 크게 부족할 때 독일에 온 (한국과 터키 등) 아시아계 간호사들과 독일에서 태어난 그 후손들이 "지금 정치인, 판사, 관리, 엔지니어, 상인, 교사, 교수, 또 나의 의사 동료들"이 되어 (이 나라에 기여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린데만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할 수 있다"는 메르켈 총리의 연대 촉구 발언을 인용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