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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꾼에 피격 영국인 헬기 조종사, 동료 구하고 '살신성인'

입력 : 2016.02.01 15:21

탄자니아서 밀렵꾼 총에 맞은 채 끝까지 함께 탄 동료 탈출 도와


탄자니아에서 코끼리 밀렵을 단속하던 영국인 헬기 조종사가 밀렵꾼들의 총에 맞아 다친 상태에서도 끝까지 동승한 동료의 목숨을 구한 뒤 사망해 아프리카를 숙연하게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탄자니아 북부 마스와 사냥금지구역에서 밀렵 단속 헬기를 조종하던 로저 가워(37)씨가 지난달 29일 코끼리 밀렵꾼을 쫓는 과정에서 숨졌다.

탄자니아 정부와 밀렵 반대 단체 프리드킨보호재단(FCF)의 야생동물 밀렵 단속 활동에 종사하던 가워 씨는 당시 사냥금지구역 안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인 니키 베스터씨와 함께 출동했다.

순찰 도중 들려온 총소리를 따라 낮게 헬기를 몰던 가워 씨는 코끼리 사체 3구를 잇따라 발견했다.

이 가운데 죽은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의 세번째 코끼리가 눈에 들어왔을 무렵, 헬기를 향해 총알이 날아들었다.

근처에 숨어있던 밀렵꾼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려고 단속 헬기를 공격한 것이다.

총알 가운데 하나가 헬기 밑바닥으로 뚫고 들어와 조종석에 앉은 가워 씨의 무릎과 어깨를 스쳤다.

가워 씨는 이런 와중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붙들고 헬기가 추락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의 노력 덕에 헬기는 큰 충격을 받으며 수풀에 내려앉긴 했어도 산산이 부서지거나 폭발하는 등 최악의 상황은 면했고, 함께 탔던 동료 베스터 씨도 무사했다.

경착륙한 헬기에서 빠져나온 베스터씨가 보낸 구조요청을 받고 구조대와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가워 씨는 끝내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런던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가워 씨는 2004년 헬기 조종사 자격을 딴 뒤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사파리와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 종사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워 씨의 의로운 죽음은 동료는 물론 탄자니아 안팎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라자로 니얄란두 전 탄자니아 관광자연자원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가워 씨의 죽음을 전하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했으며 우리 야생동물 유산을 지키기 위해 숱한 비행을 했다"고 애도했다.

가워 씨가 속한 FCF는 "그의 뜻을 받들어 코끼리 등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고 유족들은 탄자니아 밀렵 방지 활동 기금 모으기에 나섰다.

탄자니아 경찰 등 당국은 가워 씨의 헬기를 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밀렵 조직원 3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밀림 지대에서는 각국 당국의 단속에도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비싸게 밀거래되는 상아를 노린 밀렵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아는 1989년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매년 평균 3만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밀렵에 희생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연합뉴스/사진=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