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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에서 '35년 동안 반핵시위' 80대 여성운동가 숨져

입력 : 2016.01.26 15:38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30년 넘게 반핵 시위를 벌여 이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던 여성 운동가가 25일(현지시간) 숨졌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콘셉시온 피치오토란 이름의 이 여성은 1981년부터 시작해 숨지기 직전까지 무려 35년 동안이나 백악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 이 부문 최장 기록도 갖고 있다.

WP는 피치오토가 워싱턴의 노숙 여성을 위한 비영리 단체 'N 스트리트 빌리지'가 운영하는 구호시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졌으며 80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스페인 이민자 출신으로 1960년까지 주미 스페인대사관에서 일했던 피치오토는 1969년 이탈리아 출신 남편을 만나 지금의 성을 얻고 딸을 입양했다.

이후 피치오토는 남편이 불법 입양을 꾸미고 딸과 자신을 일부러 떼어냈다고 믿게 됐다.

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갓난아기였을 때였다는 그는 자신이 음모의 희생양이라 여기고는 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1979년 백악관으로 왔다고 한다.

이때 자칭 방랑자, 철학자, 평화운동가인 윌리엄 토머스라는 사람이 나타나 백악관 앞 펜실베이니아 가(街)에 평화농성단을 꾸리겠다고 나섰고, 피치오토는 딸 찾기를 그만두고 1981년 토머스와 합류해 긴 농성을 시작했다.

3년 뒤 엘런 벤저민이라는 여성이 토머스와 결혼하고부터 세 사람은 줄곧 함께 백악관 앞에서 반핵 시위를 이어왔다.

1993년 이들의 비핵화 청원과 법률이 워싱턴DC 주민투표에 부쳐진 적은 있었지만 법률이 의회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피치오토와 토머스 부부의 농성은 명물이 돼 워싱턴DC 투어에 포함됐고 2004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2009년 토머스가 사망하고 2012년 피치오토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기력이 쇠한 뒤로는 젊은 운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농성을 이어갔다.

피치오토는 2013년 WP와 한 인터뷰에서 "세상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자 백악관 밖에서 30년 넘게 보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전쟁과 폭력의 종식을 위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든 하라고 상기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WP는 "동료 운동가들은 피치오토를 영웅으로 칭송했고 비평가나 심지어 평범한 행인들은 그를 아마도 몸이 성치 않은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