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사는 A(50)씨는 지난해 4월 20일 밤 10시 55분쯤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 차선의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사고 충격으로 튕겨나간 택시는 옆 차로의 승용차와도 부딪혔습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 등 3명이 2∼3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사고 직후 의식을 잃어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신고를 받고 병원을 찾은 경찰은 역주행 사고 현행범인 A씨의 음주운전을 의심했습니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주사약 투약으로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강제채혈을 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우선 A씨의 대리인으로 부를만한 사람이 전(前) 부인밖에 없어 그를 불러 참여하게 하고, 사고 발생 2시간 40분이 지난 뒤 별도의 영장 없이 채혈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병원에서 채취한 A씨의 혈액을 압수한 경찰은 이후 법원으로부터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 0.201%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A씨는 "강제채혈로 얻은 혈액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동의가 없거나 사전영장이 없으면 강제채혈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청주지법 형사3단독은 "사전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상황이었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은 이상 강제채혈로 얻은 혈액도 증거 능력을 가진다"며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즉 강제채혈에 있어 사전영장 아닌 사후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제채혈에 있어 영장은 필수 조건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2012년 11월 대법원 1부는 음주 교통사고를 낸 B(6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B씨는 2011년 3월 친구와 술을 마신 뒤 모터바이크를 몰고 가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 인근 도로에서 앞차를 추돌한 뒤 의식을 잃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경찰은 아들의 동의를 얻어 B씨의 혈액을 채취한 결과 혈중알코올 농도가 0.211%로 측정되자 B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영장 없이 이뤄진 채혈을 음주운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인 동의가 없거나 사전영장이 없으면 강제채혈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더 나아가 긴급한 사항과 엄격한 요건이 인정되면 강제채혈을 할 수 있고, 이때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못박은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