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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한파 "제주공항서 종이상자 펴고 노숙"…수천명 '발동동'

입력 : 2016.01.23 22:01


"아픈 어머니 모시고 제주에 관광 왔는데, 비행편이 끊기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제주공항에서 노숙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는 타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혔습니다. 항공사에서 결항 안내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어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23일 제주공항 활주로의 운항이 중단되는 등 약 300편의 항공편이 결항돼 오후 8시 기준 6천여명(공항공사 집계)의 체류객이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이 숙박업소를 잡지 못하거나 교통편이 없어 공항을 벗어나지 못해 여객터미널에서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큰 불편을 호소했다.

양모(49·여)씨는 가족 9명과 함께 이날 오후 9시 제주공항 여객터미털 2층에 종이 상자를 펴고 누웠다.

친정 어머니(75)는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당초 진에어 항공편으로 오후 3시 5분 김포로 갈 예정이었으나 한파에 활주로가 미끄러워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

양씨는 "어머니가 누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종이 상자라도 찾았지만 수하물 센터에서 1만원에 사가라고 했다. 그래서 5만원 주고 다섯 장을 샀다"며 "노숙자 아닌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답답해했다.

제주도에선 체류객을 위해 숙소를 마련해준다고 했지만 정착 항공사는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며 내주 25일 항공편만 예약해주고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여기저기 숙소를 알아봤지만 모든 방이 꽉 차 예약을 받는 곳이 없었다.

에어부산으로 오후 3시 김해공항으로 가려던 김모(37)씨는 부인(36)과 딸 2명(9·7)과 함께 "제주공항에서 갇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사가 숙소를 마련해주지 않았으며 공항공사와 제주도에서 소개해준 숙소도 더이상 방이 없다고 했다.

제주공항을 빠져나가려고 해도 다른 체류객들이 너무 많아서 교통편을 탈 자리조차 없다.

김씨는 "제주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막막하다"며 "어린 딸들이 힘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모(22·여)씨는 이날 제주공항에서 진을 다 뺐다.

오전 11시 30분 김해로 가는 에어부산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5시간이나 항공기 안에서 기다렸다.

백씨는 "승무원이 '눈이 많이 와서 이륙을 못한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다가 항의하는 승객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항공기는 이륙하지 않았고, 100여명의 승객은 내렸다.

백씨는 친구 2명과 함께 도로 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하려고 다시 1시간 이상 줄을 서며 기다려야 했다.

그는 "숙소를 마련해도 제주공항 밖에는 눈이 많이 오는데다 교통편도 부족해 나갈 방법이 없는데 어쩔 수 없다"며 터미널 한켠에서 잠을 청했다.

이날 7년만의 기록적인 한파와 강한 바람으로 제주공항 활주로에 눈이 쌓여 296편이 결항하고 122편이 지연운항했다.

오후 5시 50분부터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제주도는 전세버스 등 40여대를 동원, 교통편을 마련해 항공편이 결항돼 제주를 빠져나가지 못한 체류객들을 시내 숙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사들과 함께 체류객들이 묵을 숙박업소를 소개해주고 있으나 체류객이 워낙 많아 모든 체류객에게 숙소 및 편의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