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로 내 환자를 낫게 할수만 있다면…" 지난 12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주차장에서는 경기혈액원 헌혈차량 앞에 흰색 가운을 입은 의료진 수십명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혈액 부족사태가 지속하면서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의 수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의료진들이 손수 헌혈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성준 성빈센트병원 홍보팀장은 "전국 병원의 환자들이 혈액 부족 사태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헌헐에 동참하게 됐다"며 "누구보다 혈액부족 사태에 마음 아파하는 것이 의료진들이다보니 바쁜 일정도 무릅쓰고 흔쾌히 함께 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성빈센트병원에서만 의료진 50명이 헌혈했다.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던 지난 20일에도 안양샘병원 의료진 61명이 헌혈에 동참했고, 평택 굿모닝병원(49명), 동수원병원(38명), 군포지샘병원(32명) 등 총 230명의 의료진이 헌혈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일선 병원의 주요 수술 일정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혈액 부족사태가 지속하고 있다"며 "더구나 매년 겨울에는 학교 방학 등에 따른 단체헌혈 감소로 혈액수급이 어려운 상황인데 의료진들의 선행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경기지역 혈액재고는 '경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혈액 부족사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23일 경기혈액원에 따르면 22일 오전 0시 기준 경기지역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경계' 수준인 2.1일분이다.
혈액보유량 수준은 지역별 하루 평균 소요되는 혈액량을 기준으로 관심(5일), 주의(3일), 경계(2일), 심각(1일) 등 4단계로 나뉜다.
현재 혈액형별 재고는 O형 1.5일분, A형 1.5일분, B형 4.0일분, AB형 1.2일분에 불과하다.
전국 적혈구제제 보유량 평균치 3.3일분(O형 2.6일분, A형 2.5일분, B형 5.5일분, AB형 2.9일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4년간 같은날(1월 22일 오전 0시) 기준 경기혈액원의 혈액 보유량은 2013년 4.1일분, 2014년 4.5일분, 2015년 4.4일분으로, 올해(2.1일분)가 최저치다.
전년보다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경기혈액원 관계자는 "혈액형 중에서도 특히 O형, A형, AB형의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며 "급히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헌혈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