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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약속 '누더기 될 위기'…누리과정 서로 네 탓만

조명아

입력 : 2016.01.24 19:29|수정 : 2016.01.24 19:29



 제 나이 6살...하.. 요즘 제 6년 인생 중 가장 많은 한숨을 쉬는 것 같아요. 왜냐고요? 들어보세요 제가 한숨이 안 나올지.. 우선 요새 엄마 아빠의 한숨이 엄청 늘었어요. ‘누리' 뭐라고 하시는 거 같던데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는 엄마가 원장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유치원비를 더 내야 하는 거냐고? 동생 것까지 다 내면 얼마를 더 내야 하냐고 여러 번 물어보셨어요. 방학이 끝나고 나니까 친구들이 유치원에 안 나와요. 이사도 안 갔는데 스무 명 넘게 보이지 않아요. 올해 꼭 같은 반이 되자던 짝꿍 종서도 안 나와요. 자기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다던 동생이 어젠 크게 울었어요. 엄마하고 아빠가 동생을 선물해 줄 수가 없다고 오빠랑 같이 지내면 안 되겠냐고 말했거든요. 하… 쓰다 써..

 우리 인생 병신년(丙申年)도 역시 순탄하지 않네요. 시작부터 여기저기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누리과정이 화두로 불쑥 솟아올랐습니다.  누리과정이… 이게 뭐냐고요? 아이들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비를 지원해서 부모들의 양육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세금으로 아이들 유치원비를 보태준다는 거죠. 4년 전 박근혜 대통령도 엄마들이 부담 없이 일하게 도와주겠다며 시원하게 전폭 지원을 약속했던 그 누리과정입니다. 대통령이 도와준다는데,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왜 이리 시끄러울까요?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중앙 정부 예산과 지자체의 예산을 합쳐서 운영하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고 누리과정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쓸 때는 점점 늘어나고 세금 수입을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서 누리과정 재원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정부의 관련 지원금이 20% 줄어들었습니다. 지원비를 줄였다간 폭풍 비난이 쏟아질 것이 두려웠던 정부와 지자체는 꾸역꾸역 누리과정을 끌어가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린이집 지원금의 한 축을 맡고 있던 보건복지부가 지원 중단을 선언했습니다.(2015년 유아 교육법 시행령 개정) 지자체는 돈을 빌려오거나 인건비를 줄여가면서까지 지원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정부가 내려준 돈으로 얼마든지 누리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가 누리과정에 쓰라고 줬다는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라는 예산에 대해 일부 지방 교육청들은 교사 인건비 주기도 빠듯하다고 얼토당토않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결국, 중앙정부, 지방 교육청과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놓고 아주 시끄러운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이 싸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4년 전 약속이 누더기가 될 위기인데도 말입니다. 돈이 충분한지 아니면 정말 모자란지 엄밀히 따져보지는 못 했습니다.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반박하기 힘든 자료를 서로 다 준비해 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네 잘못이다 따지기 전에 도대체 이 약속을 누구하고 했는지, 선거 때만 약속하면 그만인 건지 국민하고 한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제발 좀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곧 선거가 다가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약속은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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