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일 년여 만에 또다시 학교가 테러의 표적이 되자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학교 공포증'이 퍼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탈레반(TTP) 등 무장 세력의 크고 작은 테러가 끊이지 않는 파키스탄 북부에서는 지난 20일 키베르파크툰크와 주(州) 차르사다의 바차칸 대학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학생과 교수 등 20여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이 대학이 있는 차르사다는 1년여 전인 2014년 12월 TTP의 테러 참극이 일어난 주도 페샤와르에서 불과 40㎞ 거리에 있다.
당시 페샤와르의 군부설학교 APS(Army Public School)에 난입한 괴한들의 총기 난사로 어린 학생 134명과 교사 등 모두 151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APS 테러 이후 테러전담 군사법원과 특수부대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대(對)테러 작전을 벌여 지난해에만 2천159명을 사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테러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정부의 대응이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고 성토하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인근 지역 주민 누르 모하마드 모하만드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PS 테러로 얻은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학교 교정 주위로 철조망을 치는 것 말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바차칸 대학 학생으로 20일 테러 당시 기숙사 방에서 잠을 자다 친구가 깨워 일어났다는 카얌 마샬 씨는 "창문 밖을 내다보니 남자들이 총을 갈겨대는 모습이 보였다"며 "정말 무서웠다. 이 나라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데 대체 어디서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페샤와르에서 사업을 하는 베흐와르 칸 씨는 "APS 학교에 이어 바차칸 대학에서도 테러가 나니 딸을 대학에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판원인 라힘 샤 씨도 "더 확실한 보안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녀들을 학교나 대학에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세력이 학교를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반응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이후 파키스탄과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서 학교 테러가 잇따르는 원인 중 하나로 테러세력이 어린 학생들을 공격함으로써 더 큰 파장을 일으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테러 세력들은 또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당성을 부정하려는 목적에서 학교를 노린다.
학교는 각 국가에서 가장 기초적인 행정기능인 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대사관이나 군기지, 유명호텔 등에 비해 경비가 허술해 공격하기 쉽다는 점도 테러의 표적이 되는 요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테러 세력의 이런 의도에 굴하지 않겠다는 주민들도 있다.
페샤와르대학 학생인 만주르 칸 씨는 CNN에 "테러리스트들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면서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함으로써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