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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개혁' 기치 올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첫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유

입력 : 2016.01.21 17:13|수정 : 2016.01.21 17:16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지난 12일 당선이 확정되자 덥석 큰절부터 했습니다.

"한국농협을 제게 맡겨준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감격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중앙회장이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50년 넘게 관행처럼 굳어진 호남 출신은 힘들다는 보이지 않은 적과 싸움도 힘겨웠습니다. 삼수 끝에 234만명의 농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으니, 큰절이 무슨 대수였겠습니까?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요? 당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병원 당선자는 선거과정에 불거진 불법 논란을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선거를 관리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선투표 전후에 발생된 상황을 문제삼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입니다. 이전 중앙회장 선거때마다 불거졌던 혼탁 부정선거 망령이 김 당선자에게도 드리워진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거의 백미인 반전을 통한 역전승이었기 때문입니다. 1차 투표에서 최고 득표자는 수도권 출신의 이성희 후보였습니다. 유일하게 100표(104)를 넘었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김병원 당선자는 91표에 그치면서 '만년 후보' 딱지를 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됩니다. 

3위(74표)를 차지하면서 결선투표에 나서지 못한 최덕규 후보가 김병원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최덕규 후보의 이런 행동은 김병원 후보를 지지한다'는 모습처럼 비춰졌고 때마침 최덕규 후보 이름으로 '저는 김병원을 지지한다'는 문자가 대의원들에게 뿌려집니다. 사실관계야 수사 결과로 판단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조합장들의 표심이 움직였고, 결과는 52여년 만의 호남출신 중앙회장 탄생이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주목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법으로 금지된 문자발송, 그리고 최 후보가 1차 투표 직후 김당선자의 손을 들어 올려주고 투표장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유도했다는 게 두 번째입니다. 최 후보자나 김 당선자 모두 서로 고맙다는 취지로 손을 잡았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생각은 달라보입니다.

김 당선자는 3월 말 취임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의 첫 발걸음은 개운치 않아 보입니다. 위상을 흔드는 말도 무성합니다. 농협 안팎에서는 최덕규 후보가 김 당선인을 밀어준 뒷이야기가 담긴' X파일'이 나돌고 있습니다.  

가장 걱정스런 대목은 일련의 일로 김병원 당선인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그가 추진하려했던 농협개혁이 '도로 농협'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농협 안팎에 산적한 과제를 감안할 때 그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의 사업구조 개편 마무리, 일선 조합 지원 강화 등 할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부패· 비리 척결을 통한 조직 신뢰성 회복도 주요 임무 중 하나입니다.

52년만의 첫 호남출신 회장 선출엔 이 같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설령 불법이 없었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선출직 회장에게 '야합을 통해 회장이 된게 아니냐'는 소문의 꼬리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김 당선이 제대로 일을 펼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자칫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회장직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에게 누가 충성을 하겠냐라는 것입니다. 

지난 12일 김병원 당선인이 밝힌 소감문에는 이런 포부가 담겨 있었습니다.
"234만 농업인 조합원들이 웃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그런 농협을 만들겠다. 여러분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드리는 그런 회장이 되도록 하겠다."  삼수 끝에 농협회장 당선이라는 '숙원'을 푼 김 당선인이 이 같은 시비를 극복하고, 비리척결이라는 농협의 묵은 '숙제'도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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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CNBC 김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