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미들즈브러 빈민촌에서 빨간색 문이 있는 건물에 수용된 알바니아 출신 난민신청자 (더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영국의 한 도시에서 빨간색 대문이 있는 건물들에 난민 신청자들을 거주시켜 영국판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사는 곳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이들의 집은 인종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미들즈브러의 빈민촌 2곳에서 부동산회사 '조마스트'가 소유한 빨간색 문의 건물 66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이 중 62곳에 22개 국적의 난민 신청자들이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4곳 중 2곳도 과거 난민으로서 망명을 신청했던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갑부 스튜어트 몽크가 소유한 조마스트는 잉글랜드 북동부 일대의 난민 주거와 관련해 영국 내무부와 계약을 체결한 국제 보안회사 G4S의 하도급업체입니다.
이들 기업은 "난민 신청자의 안전과 치안이 위험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난민들의 거주지를 눈에 쉽게 띄도록 만들어 공격당할 위험을 높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조마스트 소유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난민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를 빨간 문 뒤로 몰아넣었다"며 "모두가 빨간 문이 난민 신청자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는 당신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건물 거주자들은 인종주의자들이 문에 개의 배설물을 바르거나, 창문에 계란과 돌을 던지고, 영국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상징을 문에 새겨놓는다고 전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난민 신청자들은 문에 하얀색 페인트를 덧칠했으나, 조마스트 직원이 방문해 "회사 방침에 어긋난다"고 지적해 어쩔 수 없이 도로 빨간색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한 전직 지방의원은 난민 거주지의 문에 칠해진 빨간색 페인트는 과거 나치 독일이 유대인에게 달도록 한 노란 별에 비견된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이에 G4S와 조마스트는 "(난민 신청자들이) 빨간 문에 살아야 한다는 규정은 절대로 없다"며 회사 소유 건물들의 정문이 다양한 색깔로 칠해져 있다고 주장했으나, 더타임스 취재결과 조마스트가 미들즈브러에 보유한 168개 건물 중 절대 다수인 155개의 정문이 빨간색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임스 브로큰셔 영국 이민장관은 이번 취재 결과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차별의 증거를 발견하면 즉각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며 북동부 난민 신청자 거주지들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G4S는 19일 밤 조마스트와 긴급 회의를 하고 난민 거주지의 빨간색 문을 다양한 색으로 다시 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