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6일. 여론조사업체 유거브 등이 벌인 3개 지지도 조사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각각 34%, 35%, 33% 등으로 동률을 기록했다. TNS 등 3개 조사에선 보수당이 33~35%로, 노동당을 1%포인트씩 앞섰다. 반면 파넬베이스 조사에선 노동당이 33%로 31%인 보수당을 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박빙' 예고들은 완전히 빗나갔다. 보수당이 36.9%, 노동당이 30.4%를 얻었다. 보수당이 큰 격차로 완승을 거두면서 여론조사업체들이 뭇매를 맞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영국여론조사업체협회(BPC)와 시장조사학회(MRS)로부터 원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영국 사우샘프턴대 리서치방법론 전공의 패트릭 스투르지스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잠정 보고서에서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표본이 주된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스투르지스 교수가 이끈 학자들과 통계학 전문가들은 전화 조사와 온라인 조사에서 보수당 표본들이 불충분하게 포함됐다고 진단했다.
표본을 구성하는 방식이 "노동당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과잉 포함된 반면 보수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과소 포함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선거를 앞둔 지지도 조사들은 대개 전화조사나 온라인조사로 이뤄진다. 문제는 응답자 표본집단이 완전히 무작위로 선택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나이, 성별로 구분한 집단을 구한 뒤 이전의 투표 행위와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 될 수 있으면 편향성을 없애는 조정을 통해 표본집단 구성을 시도한다.
그러나 편향성을 없애는 조정은 한편으로는 충분할 만큼 광범위한 표본집단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준다. 이는 표본집단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스투르지스 교수는 "무작위로 표본을 취하고 충분한 표본집단을 확보하기 전까지 계속 문을 두드리는 통계청 방식의 조사와는 다르다"면서 "대표성을 갖는 표본으로 삼는 게 가능하면 누구라도 이를 표본으로 삼는 방식으로, 이런 접근은 여러 경우에서 매우 섬세한 부분인데 때론 잘못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조사업체가 경쟁 조사업체들이 내놓은 조사 결과들과 비슷하게 맞추려고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막판에 돌아선' 유권자들 때문에 지지도 조사들이 틀렸다는 추측에 대해선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도 전체 오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앞서 초박빙이 예상되는 1992년 총선에서 드러난 지지도 조사의 오류에 대해선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답변을 하지 않은 이른바 '숨겨진 보수표' 현상이 작용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