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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리과정에서 시작한 '보육대란' 정말 오나?

노유진 기자

입력 : 2016.01.17 09:49|수정 : 2016.01.18 07:02


●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누리과정 예산'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애써 모르는 척하는 커다란 문제를 뜻하는 영어 관용구다. 코끼리가 내 방에 떡하니 들어와 있다면, 우리는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불가능 하다. 100명 중 99명은 방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그 커다란 낯선 존재를 알아차리고 안절부절 못할 게 뻔하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모른 척 할 수 없는 그 코끼리를 애써 외면한다. ‘누리과정 예산’은 마치 그 코끼리 같다. 우리는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방 안에 들어와 있는 이 커다란 코끼리를 어떻게 하면 내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지만, 너도 나도 외면만 해왔다.  

● 이 갈등 어디서 시작됐나?

결국 문제는 연말에 터지고 말았다. 새해 예산안을 짜면서 그동안 애써 방치했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인 교육청은 격돌했다.

요지는 서로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만 3~5세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 약 20만 원씩 누리과정 지원을 받고 있는 부모들조차 갑자기 왜 이렇게 예산안 문제가 터졌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 2012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13년 만3~4세로 누리과정이 확대 적용되면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 사업은 확대됐는데, 돈은 그대로.

누리과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마지막 해 시작됐다. 이어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역시 만5세 이하 무상보육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2012년 12월 19일 그가 당선된 이후 정부는 바로 누리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당장 2013년부터 누리과정 연령이 만 3~5세로 확대 시행됐고,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하던 것이 전 계층에 지원됐다. 이렇게 지원이 한꺼번에 확대되면서 2013년도에는 지난 해에 비해 누리과정에 소요된 예산이 1조 451억 원이나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매년 약 4조 원이 드는 이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특별한 예산 증액 없이 2015년부터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해 놓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중앙정부가 걷은 세금에서 20.27%를 떼어내 지자체에 주고 지방 시·도 교육청이 교육에 쓰도록 한 것이다. 누리과정에 써야할 돈은 점차 늘어났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은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물론 경기가 활성화돼 전체 걷히는 세금파이가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파이의 한 조각인 교부금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1년 이후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세수결손을 기록했다. 실제 거둬들인 돈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예측한 세수에도 못 미쳤다는 말이다. 결국 시·도 교육청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 상황에서 누리과정에 써야하는 절대적인 돈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 반복됐다.● 어린이집, 교육기관 VS 보육기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도 교육청은 이제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마저 책임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관련 비용을 지방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시행령이 개정됐으니 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까지 빨리 편성하라고 재촉하고, 일부 교육청은 이 시행령 자체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위배되니 못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이 교부금을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에 쓰라고 명시되어있는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어린이집은 복지부 관할 기관이라 교육청으로부터 바로 누리과정 돈을 받는 유치원과는 예산 지원 받는 과정부터가 다르다.

유치원의 경우 매달 교육청이 유치원으로 직접 누리과정 돈을 보내준다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아이사랑 카드로 비용을 결제하면 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누리과정 지원분만큼 카드 비용을 보내주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들은 어쨌든 법에 교육기관으로 명시되어있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 예산안에 편성해놓았고, 시·도 의회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삭감됐을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 유치원 누리과정 만큼은 편성해달라고 다시 요구하기도 했다. 

● 결국 '돈' 문제

결국은 '돈'이 문제다. 지난 주 교육부와 교육청은 새해 교육청 예산을 두고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하며 보도자료를 내고 서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올해 필요 없는 비용까지 예산안에 넣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했고, 교육청은 교육부가 속사정은 알지도 못한다고 하면서 바로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적한대로 교육청이 인건비와 시설비 등에서 예산을 과하게 편성했다고 해서 그 돈 자체를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교육청이 초·중·고에 관련된 모든 살림살이를 하는 곳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교육부는 지난 주 12일까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을 편성하겠다는 추경 안을 보고하라고 각 교육청에 지시했다. 전북과 광주는 여전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하고, 서울을 비롯한 일부 다른 교육청들도 교육부의 선지원이 있어야 어린이집 예산을 추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서 목적 예비비로 통과 된 3천 억 원이라도 먼저 교육청에 보내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3천억 원도 중앙정부가 누리과정을 위해 마련한 돈은 아니다. 학교시설 개선과 지방채 이자 지원을 위해 국회에서 통과된 돈이었는데 교육부는 이 돈마저도 지금 상황에서는 먼저 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 정말 보육대란 오는 건가?

"그래서 보육대란 정말 오는 거야?" 교육 담당 기자라고 하면 요즘 자주 받는 질문들이다. 지인들 뿐 아니라 취재현장에서 만난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들마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만큼 보육대란이 바로 우리 코앞에 와있다.

실제 경기도 유치원의 경우 이미 받았어야 하는 이번 달 누리과정 비용을 받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에도 그렇듯 올해 역시 이 상황이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앙정부인 교육부도 지자체인 교육청도 당장 학부모들의 지탄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당장 오는 월요일 교육부의 수장인 이준식 신임 부총리와 각 교육청을 대표하는 교육감들의 모임인 교육감협의회의 상견례가 있다. 이 자리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번에 또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로 문제가 해결된다 할지라도 '누리과정 예산'이라는 코끼리는 여전히 우리 방안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애써 또 한 해 외면할 뿐이다.

다른 목적의 예산을 누리과정을 위해 땜질식으로 사용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부처 조차 통합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