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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경유 티켓 골라 싸게 가세요"…기발한 원리

안현모 기자

입력 : 2016.01.12 08:34|수정 : 2016.01.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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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항공사에 왜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시나요? 다음 여행은 Skiplagged와 함께 마음 편히 계획하시고 돈을 아끼세요.]

1년 전쯤 개설된 스킵플래드 닷컴이라는 웹사이트입니다. 저렴한 항공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 데요, 원리가 아주 기발합니다.

보통 논스톱으로 가는 직항보다 잠깐 다른 곳에 들렀다 가는 경유 티켓이 더 싸죠? 그래서 일부러 경유 항공권을 찾아주는 건데요, 가고자 하는 도시를 최종 목적지로 설정하지 않고 중간 경유지로 설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간다고 칠 때 푯값이 300달러쯤 하는데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서 시애틀까지 가면 푯값이 170달러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표를 사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리고 그 뒤구간은 그냥 버리면 돈을 훨씬 절약할 수 있는 거죠.

한 20대 청년이 만든 이 서비스는 현재 이용객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반면, 항공사들은 수입이 줄어드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일부 항공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는데, 놀랍게도 소비자들이 똘똘 뭉쳐 이겨냈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의 취재파일 보시죠.

미국의 대표적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오르비츠가 소송을 걸었습니다. 공정거래에 위배된다며 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그동안 발생한 수익 감소분 7만 5천 달러, 우리 돈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만약 이 소송에서 진다면 다른 항공사들도 줄줄이 같은 소송을 걸어올 게 불 보듯 뻔했는데요, 사이트 설립자는 물러서지 않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소송 비용 모금에 나선 건데요, 방송에도 사연이 소개되면서 성금이 쇄도해 목표로 한 1만 달러의 8배가 넘는 8만 1천 달러 이상이 모였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오르비츠는 중도에 물러섰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만 소송을 계속했는데요, 법원마저 관할권이 아니라며 기각하는 바람에 유나이티드 에어라인도 결국엔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아마 항소하지 않은 걸로 봐서 내심 그만두고 싶었지만, 명분을 찾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사이트는 어떻게 됐을까요?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유명해져서 초기에는 한 달 평균 방문자가 25만 명가량이었지만, 지금은 1백만 명대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든든한 투자자들도 생겨나 엔지니어들도 새로 고용했고 맨하탄에 사무실도 임대했다고 합니다. 사이트를 개발한 젊은 창업가는 소송에 쓰고 남은 비용 2만 3천 달러를 자선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이트를 수익 사업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며 대기업에 팔거나 합병시킬 계획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단지, 여행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의 장막을 치워주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는데요, 거대 항공사들의 공격을 소비자들이 앞장서서 막아내 준 건 바로 이렇게 소비자의 편에서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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