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을 집행한 것과 관련해 "국내 법적 문제"라고 말했다고 터키 일간 사바흐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처형은 국내 법적 문제다. (사형 집행) 결정에 동의하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의 처형을 거세게 비난한 이란을 겨냥해 "사우디가 처형한 사형수 47명 가운데 43명이 수니파"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집트에서는 수천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세계는 왜 이번처럼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이란은 자국민 40만명을 죽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니파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였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됐으며 탈옥죄로 사형이 선고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기는 주요 목적은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것이라며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을 비판했다.
이는 터키 외무부가 발표한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정부대변인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의 발언과 대비된다.
터키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사우디와 이란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으며,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지난 4일 내각회의를 마치고 "터키는 모든 정치적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터키는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성직자를 테러 혐의로 처형한 사우디를 비난하지 않은 이날 터키 법원은 테러 혐의로 기소된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의 궐석재판을 개시했다.
터키 법원은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귤렌을 포함한 전직 경찰서장 등 69명에 대한 공판을 시작했다.
검찰은 귤렌 등 69명은 '페툴라주의테러조직'(FETO)을 운영해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가 있다며 각각 징역 7~330년형을 구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히즈메트'(봉사)라는 이슬람 사회운동을 이끈 귤렌은 2002년 AKP가 집권한 이후 손을 잡고 세속주의 세력에 대항했지만 2013년 12월 부패수사를 계기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귤렌은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을 하고 있으나 경찰과 사법부, 언론계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3년 검경이 집권당을 겨냥한 대규모 부패사건 수사에 나서자 귤렌의 지시에 따라 국가 내부의 불법 조직이 사법 쿠데타를 벌였다고 비난하고 귤렌 측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