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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비판 사설…보수논객 "트럼프 지명땐 공화당 종말"

입력 : 2015.12.25 03:22

"증오·공포 부채질하며 민주담론에 도전…유권자들 분명히 대응해야"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WP)가 미국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편협과 협박, 광대 짓(a bigot, a bully and a buffoon)"의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WP는 24일(현지시간)자 신문에 '미국인들은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사설을 싣고 "트럼프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증오와 공포,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공정과 품위, 민주주의와 포용성을 중시하는 우리 모두가 예리하고 분명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WP를 비롯한 미국의 일간지는 대선 과정에서 일정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사설을 통해 특정 대선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WP는 "일반적으로 정치시스템은 정치적 상대방이 선의를 갖고 행동할 것을 가정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며 "우리는 우리와 의견이 다른 쪽에도 나름대로 옹호할만한 주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신문지면에 다양한 의견을 싣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WP는 그러나 "트럼프와 그를 흉내내는 사람들은 민주적 담론에 다른 형태의 도전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개진하고 이를 방어하는 게 아니라, 증오와 공포를 부채질하고 이를 이용해 정치적 자산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특히 "트럼프는 명백히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으며 이는 정당한 토론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에게 도전하는 사람과 의미있는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모욕하고 비하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이어 "이 같은 선거유세의 본질은 자신이나 자신의 지지자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무가치하거나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WP는 "트럼프의 선동적 언어는 멕시코인들을 강간범에,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한데서 여실히 드러난다"며 "이 같은 악마화는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하고 "무등록 이민자들의 대량 추방, 테러용의자에 대한 고문, 적들의 무고한 친척들을 향한 폭격,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 흑인 시위자 구타사건에 대한 발언들이 그 예"라고 밝혔다.

WP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위를 달리는 테드 크루즈도 비슷한 유세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무등록 이민자들을 양성화하는 이민 개혁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슬람 국가'(IS) 테러리스트들을 인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비(非) 미국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심함으로 인해 차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공화당 지도자들이 나서주면 좋겠지만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트럼프나 크루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아는 우리 모두가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현재 많은 사람이 테러리스트들과 이민문제, 경제적 어려움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우리 대다수는 남을 악마화하는 것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수사(修辭)를 초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칼럼니스트인 조지 윌은 같은 신문에 '만일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공화당은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윌은 "만일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다면 이는 단순히 민주당에 차기 대권을 넘겨주는 차원을 넘어선다"며 "(1912년 대선때 보수주의 가치를 옹호하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1960년대 신보수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배리 골드워터가 미국 정치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게 하였던 보수주의 정당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만일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2020년에는 더는 보수주의 정당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