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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돋보기] "풍향이 바뀌었다"…옐런이 금리인상을 택한 이유는?

김용철 기자

입력 : 2015.12.18 18:34|수정 : 2015.12.19 14:32


“연준(FED)의 금리인상 결정은 위험하고 시기상조”...스티글리츠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는 시점”...마크 파버

미국 연준(FED)의 0.25%p 기준 금리인상에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곳곳에서 금리인상의 적정성을 놓고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위험하고 너무 이른 결정”이라고 지적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리처드 코즐 라이트도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기업, 은행, 정부에 거대한 부채 쓰나미가 몰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마크 파버도 “전 세계 경제성장 속도가 매우 줄어들었고, 많은 국가들이 불황 상태에 들어서는 중”이라며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리인상을 발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런 위험을 모르고 있었을까.재닛 옐런 FRB 의장은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실업률이 5%대로 안정됐다. 인플레이션율은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곧 2% 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이 우려 된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정책의 효과는 1년 정도 후에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선제적인 정책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리인상 후에도 미국의 고용사정 호조가 계속되고, 현재 1.5%인 물가수준이 2% 대로 올라갈 것인가이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계속되는데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가 진행되면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더 떨어졌다. 5% 대인 미국의 실업률도 구직 대기자로 남아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감안하면 실제보다 너무 좋게 포장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이 나 홀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EU와 일본이 양적 완화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강세를 가속화해 국제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미국의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수준을 더욱 떨어트릴 수 있다.

금리인상은 금융비용 증가를 수반해 할부 금융을 수반하는 자동차와 주택 등 내구재 소비에도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과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FRB 위원들이 이런 원초적인 위험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연준 위원들의 만장일치 금리인상 결정은 오히려 7년 동안 계속된 제로금리를 계속하는 것 보다는 금리를 지금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계속된 제로금리에도 기대했던 투자는 늘지 않고 자산버블만 일으켰다는 지적이 많다. 위험한 투자가 늘어 금융부실이 늘고, 부실 좀비 기업을 연명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돈을 투입하면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면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금리의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준이 이들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투입한 막대한 돈의 회수도 그만큼 쉬워질 것을 노렸다는 음모론적인 시각도 있다.

옐런의 강박증이 섣부른 금리인상을 불렀다는 뒷 얘기도 나온다. 금리정책 방향을 암시적으로 밝혔던 앨런 그린스펀이나 벤 버냉키 전임 FRB 의장들과 달리, 여성인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 방침을 너무 명시적으로 밝혀 왔고, 이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돈을 풀었다가는 교환의 매개체, 가치 저장의 수단, 가치 척도의 수단으로서 달러화의 화폐적 기능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해석하면 너무 앞선 것일까. 달러강세는 국제 결제통화로서 달러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옐런 의장은 앞으로 경제상황을 봐가며 조심스럽게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제 세계 금융시장의 룰 메이커인 미국 연준에서 부는 바람은 방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지금까지 경기 부양에 목표를 뒀다면, 이제는 부양책을 거두고 금리에 의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현재 0.25-0.5%인 연준의 기준금리가 오는 2019년 3.5%까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3.5%는 돼야 정상적인 금리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리인상은 돈을 채무자의 호주머니에서 채권자의 호주머니로 옮기는 효과가 있다. 대출자보다는 예금자에 이롭고, 상품 장사를 하는 제조업 보다는 돈 장사를 하는 금융업에 유리한 풍향이다. 금리인상의 바람은 인상된 금리 수준에 맞는 투입대비 산출(ROI)을 내지 않으면 생존이 더 어려워지게 하는 삭풍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심한 바람이 분다. 내년 세계 금융시장에도 어떤 때보다 큰 변동성이 예상되고 있다. 금리인상에도 경제상황이 계속 좋아져서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해도, 금리인상으로 미국경기가 다시 침체로 접어들어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가계나 기업이나 정부나 모든 경제주체가 사방에서 수시로 몰아치는 큰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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