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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모란봉악단은 대표곡의 제목대로 그야말로 단숨에 달려왔다가 결국 찬 바람을 일으키며 단숨에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음악 외교를 통한 훈풍을 꿈꿨지만,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체면만 구겼는데요, 이번 사태로 드러난 북·중 관계의 민낯을 이어서 안정식 북한 전문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지난 10월 중국 최고 수뇌부 가운데 한 명인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북·중 관계는 모처럼 해빙기를 맞은 듯했습니다.
이런 기류를 이어가기 위해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조직했다는 친솔 악단의 중국 방문을 허락해 사상 첫 해외 공연을 추진했습니다. 더 멀리는 김정은의 방중까지 내다봤을 겁니다.
중국도 이참에 절대 버릴 수는 없는 계륵이지만, 여전히 전략적 자산인 북한과 좀 더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였는지 알아서 배려해주고 협조해주겠지 하며 편한 대로 생각했다가 뒤늦게 심각한 오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두 나라의 시선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미녀 가수를 내세워 정권을 홍보하며 구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북한과 세계로 뻗어 가는 G2의 일원으로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외침에 마냥 손뼉 쳐줄 수 없는 중국의 눈높이가 조율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달라진 겁니다.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예전의 특수 관계, 동맹국이 아닌 정상국가 관계로 대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허니문 시절의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각차가 확인되자 김정은은 쿨하게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섭섭함을 폭발시켜버림으로써 내년 초 북·중 정상회담도 불투명하게 됐습니다. 연인관계였던 애인이 어느 날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했을 때 느끼는 배신감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때 혈맹관계였는데, 중국이 이제는 그저 일반적인, 사이좋은 이웃 국가로 남으려 하니 과거의 특별대우를 잊을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그 태도가 야속하기만 하겠죠. 하지만 북한이 과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면 두 나라의 괴리는 갈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취재파일] 모란봉 악단 철수…화 못참은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