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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공무원 모친상' 부조했는데 뇌물?…정과 뇌물사이

안현모 기자

입력 : 2015.12.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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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사람의 경조사에는 손이 많기 마련입니다. 부조금의 액수도 필부의 집안과는 다르겠죠. 기회에 눈도장 한 번 찍어보려는 문상객이나 하객도 있을 테고 장부를 펼쳐놓고 친밀도를 줄 세우는 상주나 혼주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정이 되고 어디부터가 뇌물이 될까요? 며칠 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원시의 한 고위 공무원의 사례를 한 번 보시죠. 화강윤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지난 6월 이 공무원의 모친상에는 모두 1억여 원의 부조금이 들어왔습니다. 수원지방검찰청이 이 가운데 7백만 원을 뇌물로 잡았는데요, 얼마부터가 범죄인지, 그 기준이 뭘까요? 수사기관의 시선은 봉투의 두께 외에도 두 사람의 관계로 맞춰졌습니다.

첫째, 업무 관련성이 있고, 둘째, 이전에 상대의 경조사에 부조한 적이 없어 상규 상 사교적 의례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그렇게 해서 업무 관련성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액수도 적은 100만 원씩을 부조한 두 명은 기소 유예 처분하고, 5백만 원을 건넨 한 70대 건설업체 대표는 약식 기소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이 수원시 도시 계획의 중책을 맡은 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 건설사 대표는 또 해당 공무원이 돌린 부고 문자를 받고 일부러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는데,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들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도 안 됩니다.

친지나 동료, 소속된 종교 단체에 알리거나 언론을 통해 부음을 알리는 것만 괜찮지만 말이죠. 문자만 보냈지,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받은 걸 왜 탓하느냐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자를 받아보는 사람에게는 알아서 바치라는 의미로 읽힐지도 모른단 점을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꿀을 바르고 벌집 아래를 지나면서 달려드는 벌을 탓하면 편들어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화 기자는 얼마 전 한 국회의원 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축의금을 사양하는 것도 모자라 측근들에게도 청첩장을 보내지 않아서 아빠가 직업 때문에 딸에게 더 멋진 식을 열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식장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칼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던 거죠.

경조사를 빙자한 힘 있는 자들의 수금 찬스, 과연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요? 받는 쪽에서 받지 않는 건 쉽지만, 주는 쪽에서 주지 않는 건 어렵습니다. 안 받는 게 먼저란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 [취재파일] 공직자 부조금 어디부터 뇌물? '정과 뇌물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