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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푸르른 잎새가 너무 이쁘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이 말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푸르른 잎새가 너무 이쁘다’ 사실 지금까지는 이 문장에 들어있는 단어 표현 하나하나가 모두 표준어가 아니었는데요.
국립국어원이 어제 푸르른, 잎새, 이쁘다, 이런 말을 새 표준어로 등재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잎새’라는 단어가 표준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여겨지는데요.
올해 새 표준어로 등재된 말은 어떤 것들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 연결돼 있습니다. 이대성 연구관님 안녕하세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안녕하십니까. 이대성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른 아침에 고맙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어제 발표한 표준어 어떤어떤 표현들이 새로 포함됐습니까?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모두 11개 항목이 새로 추가가 됐는데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기존 표준어랑 뜻이 같은 복수 표준어로써 마실, 이쁘다, 찰지다, 고프다 등 4개 항목이고요.
다음으로 기존 표준어와는 뜻이 조금 다른 별도 표준어로써 푸르르다, 홀연, 의론, 이크, 잎새 등 5 항목이 추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활용형을 복수로 인정한 게 있는데요.
말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걸 하지 마, 하지 마라 라고만 할 수 있었던 것을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하지 말아, 하지 말아라 라고 말할 수 있게 됐고요.
그리고 ㅎ불규칙 용언의 어미 ‘~네’와 결합할 때 ㅎ을 탈락시키지 않는 것. 즉 예전에는 노라네 라고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노랗네 해서 ㅎ을 그대로 두고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1개 항목이 되는데 하나하나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잎새’라는 표현이 앞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표준어가 아니었다는 게 의외인데요.
우리가 ‘마지막 잎새’ 오 헨리 단편소설 아주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도 ‘잎새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런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죠. 사실 ‘잎새’가 문학 작품이라든지 많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런데 이게 그동안은 표준어가 아니었다는 말씀이시죠?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습니다. 그동안 사전에서는 ‘잎새’를 ‘잎사귀’의 충청도 방언으로 많이 기술해 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잎사귀의 충청도 방언이다?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네. 실제 ‘잎새’를 표준어로 알고 계신 분도 많고요.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문학 작품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고 또 농업이나 생물 분야에서는 ‘잎새’가 전문 용어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이번에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잎사귀가 표준어였군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잎새는 충청도 방언에도 유래된 거다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네
▷ 한수진/사회자:
말씀 들어보니까 워낙 많이 쓰이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표준어로 편입시키는 게 오히려 늦은 감도 있는 것 같아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아무래도 표준어는 조금 더디게 너무 급하게 올리는 것보다는 추이를 살펴봐야 하고요. 여러 가지 조사를 좀 더 해봐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더디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선생님, 표준어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부터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사실 학교 다닐 때 배우긴 했습니다만 표준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어떻게 내려지는 건가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표준어 규정이라고 있는데요. 거기에 따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현대 서울까지는 좋은데 말이죠. 교양 있는 이 규정은 좀 애매한 점이 있네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사실 그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고요. 표준어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교양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준어 구사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하지 않느냐 이런 정도의 취지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칫 오해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표준말 쓰지 않으면 큰일나는 걸로 생각하기도 하고 표준어 아닌 말들은 잘못된 표현이다, 틀린 표현이다, 이렇게 인식하기도 쉬운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면서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죠. 표준어는 곧 바른 말이고 방언은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고요. 표준어 중에도 속된 표현이 있을 수 있고 또 방언도 잘 살려 쓰면 우리 언어생활을 좀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공문서나 교과서 방송 등과 같이 공적인 자리에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것이지 방언이 잘못된 말이기 때문에 쓰지 말라 이런 식의 정책은 편 적이 없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표준어에 대한 이해 이 정도로 해둔 상태에서 올해 표준어로 등재된 몇몇 단어들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아까 ‘잎새’를 살펴봤고요. ‘이쁘다’라는 표현도 이제 표준어가 된 거죠?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쁘다, 이쁘다. 뉘앙스상으로는 두 단어 사이에 특별한 차이가 있는 걸로 봐야 할까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저희들이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예쁘다’가 좀 더 귀엽다든지 앙증맞은 거 아니냐. 또는 두 단어가 쓰이는 대상이 조금 차이가 있지 않느냐 이런 의견도 있긴 했습니다만 실제 저희들이 소설 등에 쓰인 자료들을 쭉 분석해 보니까 ‘이쁘다’와 ‘예쁘다’의 경우에는 사전적으로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둘이 뜻이 같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진영 씨 노래 중에서 ‘그녀는 이뻤다’ 이것도 이제는 표준어가 되겠네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푸르르다’라는 표현도 표준어로 포함됐던데 ‘푸르다’라는 말 가지고는 표현이 다 안 됐던 걸까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푸르다’에 비해서 ‘푸르르다’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적인 표현에서 잘 나타나고요. 또 그 의미도 그냥 ‘푸르다’보다는 좀 더 강조의 뜻이 있는 것으로 분석을 했고요. 그래서 이 경우에는 ‘푸르르다’가 ‘푸르다’라는 뜻이 조금 다른 별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좀 더 강조의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고 보면 말이죠. 푸르다, 파랗다, 푸르르다, 새파랗다. 참 우리말들은 정말 풍부한 것 같아요, 표현이?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한국어의 그런 형용사 색깔을 나타내는 말들이 많다는 게 중요한 특징으로 많이 얘기가 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 그런 시도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마실’이라는 표현도 재밌는데 놀러간다 할 때 그 ‘마실 간다’ 그 뜻인 거죠?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습니다. 사실은 그동안 ‘마실 간다’에 대응하는 표현은 ‘마을 간다’였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마을을 이런 뜻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래서 전국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마실’을 표준어로 인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크’ 이것도 눈길을 끄네요. 뭔가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감탄사 중의 하나인데요. 당황하거나 놀랐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황하거나 놀랐을 때 내는 소리. 아니 그러면 그동안은 표준어가 뭐였어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이키’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키’요? ‘이키’? 당황하고 놀랐을 때 이키해야 한다고. 이거 너무 생소한데요. 무척 생소해요.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키’처럼 대중에게는 생소한 말이 오히려 표준어고 잘 알려진 말은 오히려 비표준어인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렇게 언어 규범과 또 현실 간에 괴리가 있는데 이런 것을 좁혀가는 것 표준어 추가 작업의 취지이고요. 앞으로도 이런 표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언어생활을 좀 더 편안하게 하는 것. 이게 국립국어원의 정책 방향이다 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안녕히 계십시오.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