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15년 6월 8일, 우리나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 확진 환자가 87명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메르스 발생 국가가 됐다. MERS가 아니라 KORS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왔다. 결국 메르스 환자는 186명으로 불어났고, 그 가운데 38명을 잃었다.

# 2
11월 20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한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진 때문에 82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됐다. 대다수는 국내 1% 남짓한 매우 희귀한 1a형 C형 간염 환자였다.

# 3
12월 8일, 질병관리본부는 건국대에서 55명이 집단 폐렴에 걸렸고, 방선균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선균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라, 방선균이 직접 폐세포에 침투해 폐렴을 일으킨 것이라면 이는 세계 첫 사례다.
이 세 가지 모두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 관련 사안이다. 하나같이 ‘유래를 찾기 힘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쳤을까
지난해 에볼라가 미국에 유입됐을 때 미국의 상황을 보자. CNN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들도 뉴스의 80% 가량을 에볼라 관련 뉴스로 도배했다. 메르스 당시 한국 언론들과 비슷하다. 잘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에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첫 에볼라 환자 2명은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인근에 있는 에모리 대학 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CDC가 적극적으로 에볼라에 대해 알렸다. 에모리 대학 병원 의료진도 적극적으로 나서 에볼라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고 설명함에 따라,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결과, 과도한 경쟁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기사도 점차 잦아들었다.
에볼라 첫 번째 환자가 에모리 대학 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일찌감치 공개된 것도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다. CDC의 공식 발표 전에 에모리 대학 병원에서 먼저 성명을 냈다. 언론은 에모리 대학 병원이 에볼라 환자를 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의료진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나섰는지 등을 충분히 취재해 기사화할 수 있었다.
메르스 당시 우리 보건당국은 에볼라를 맞던 미국 CDC와 달랐다.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병원명을 비롯한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궁금증에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 대신 병문안 문화와 간병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염관리가 잘못된 병원을 탓하고, ‘슈퍼 전파자’라고 불린 일부 환자들에게 조금씩 책임을 미뤘다.
이 모든 것이 마치 보건당국과는 아무 관계 없는 문제처럼 다뤄졌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최근 문제가 된 C형 간염 사태에서도 이런 모습은 되풀이됐다.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대책은 한 언론사의 기사가 나온 뒤에 급조된, 그것도 이번 사태의 본질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의료인 면허 관리에 대한 것이었다. 급증하고 있는 C형 간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검진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에볼라와 관련된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긴 했지만, 감염병 발병 시 우리 보건당국과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는 없다. 시스템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볼 때 우리의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실제로 미국의 보건 관계자에게 병원명 공개 논란처럼 메르스 당시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에 대해 물으면, 질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CDC 관계자나 헬스 커뮤니케이션 교수들, UNC 대학병원의 홍보 담당자, North Carolina 주정부 보건담당자 모두 마찬가지다.

당연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문제들을 왜 공개하지 않아서 논란과 의혹을 키우는지, 그들의 사고방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답변 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의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글로벌화와 기후 변화 등으로 신종 감염병의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처럼 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머물러 있던 바이러스가 올해 중남미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서는 통렬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보건당국, 이런 원론적인 답안을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는 암울했던 우리의 2015년에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 본 취재파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종 감염병과 한국사회>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