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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장소 90m 벗어나 1시간 일찍 한 집회에 '무죄'

정혜진 기자

입력 : 2015.12.13 10:11|수정 : 2015.12.13 10:11


집회 신고 장소에서 90여m 떨어진 곳에서 예정보다 1시간여 일찍 집회를 연 것은 신고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에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서영효 판사는 신고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용산참사 유가족 이충연 씨 등 4명에게 업무방해 혐의만 인정해 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신고에 의해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해 공중의 안녕질서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신고 내용보다 집회를 일찍 연 것에 대해서도 "부상을 입은 유족이 후송되는 우발 사태에 긴급하게 대처하려고 일찍 집회를 열었던 터라 사전신고를 요구하기 어려웠고, 1시간 40분 먼저 연 점 등을 볼 때 현저한 일탈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 판사는 "주차장 진입로를 막은 행위는 차량 흐름을 방해했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면서도 "김 사장이 취임하며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약속하고서는 이행하지 않아 범행의 원인을 제공했고, 피해가 크지 않았던 점을 참작했다"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용산 재개발 예정 건물에서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책임자로 지목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13년 10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자 공항공사 주변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강서구 공항공사 인근 도로에서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습니다.

이후 11월 유가족 중 한 명이 주차장 진입로에서 혼자 피케팅 시위를 하다가 경비원에게 제압되는 과정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격분한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경비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는데, 이곳은 신고 장소에서 90여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결국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용산참사규명위원회 관계자 등 4명은 불법 집회를 열고 경찰의 3차에 걸친 해산명령에도 따르지 않은 혐의로 연행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집시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이들에게 벌금 100만원에서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유가족 측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습니다.

규명위 측은 "집시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은 환영하지만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고, 검찰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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