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 전 호주를 깜짝 놀라게 한 일가족 5명 피살 사건의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호주인들이 이 사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건 발생 약 2년 만에 가까운 가족의 일원이 체포돼 기소되면서 수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는데도 용의자의 유무죄 여부가 속 시원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3번째로 구성된 배심원단마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달 초 해산하고 결국 유죄 선고 없이 4년7개월이나 갇혀 있던 용의자가 11일 보석으로 풀려남에 따라 이번 사건이 자칫 미제가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9년 7월 시드니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5명이 흉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피살자는 잡화점을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인 민 노먼 린과 부인 릴리, 11살과 9살 자녀, 아이들 이모 등 5명이었다.
부검 결과 5명 모두 둔기로 맞았으며, 4명은 숨지기에 앞서 질식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2년 후인 2011년 5월 피해자 린의 매형인 40대 중반의 로버트 셰를 전격 체포했다.
셰는 2002년 호주로 이민왔으며, 중국에서는 이비인후과 의사로 지냈다.
경찰은 셰가 이른 새벽 린의 집에 숨어들어 망치 같은 물건으로 피해자들을 차례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셰의 차고에서 린의 가족 것으로 보이는 피 한 방울이 발견됐고, 범행 현장의 신발자국이 셰의 운동화 것과 일치한다는 것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질투심, 경제적 이득, 체면 손상에 따른 처가에 대한 불만 등을 범행 동기로 제시했다.
피해자인 린은 열심히 일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셰는 이민 후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실업자로 지내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린의 가족을 해치면 린의 잡화점이 자기 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처가에서 린의 가족을 편애해 셰의 불만이 컸다는 점도 제기됐다.
재판과정에서는 교도소에서 셰와 같은 방을 쓰던 수감자가 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쉽게 실신시킬 수 있는 목부분 동맥 압박 방법을 자신에게 알려줬고 처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으며, 용의자 스스로 범행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믿을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사람이 야간에 5명의 저항을 받으면서 이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도 터무니없고, 두 가족은 이웃에 살면서 잘 지내던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셰의 부인 케이시도 내내 남편 쪽에 섰다.
배심원들도 셰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셰의 사건에 대해 그동안 배심원단이 3차례 구성돼 재판이 진행됐으나, 모두 유무죄와 관련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51세인 셰는 11일 가택연금 수준의 엄격한 제한 아래 보석으로 풀려났다.
뉴사우스웨일즈(NSW) 주 대법원은 수개월 후 새로운 재판이 시작되는 만큼 셰를 계속 가둬둘 경우 정신적·신체적 건강 악화가 우려돼 공정한 재판 진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셰는 "집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라고 호주 언론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