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처음 참정권을 부여한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입후보뿐 아니라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1932년 건국 이후 이번 선거가 처음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284개 지방의회 의원 3천159명 가운데 중앙 정부에서 직접 임명하는 3분의 1을 제외한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2천106명이 선출됩니다.
지방의회는 사우디에서 국민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유일한 정부 조직인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이번 선거 참여는 여성이 사우디 사회에서 더욱 동등한 역할을 할 중대한 기회라고 AP통신은 평가했습니다.
지방의회는 입법권은 없으나 공공시설 예산을 비롯한 지역 현안 감독권한이 있습니다.
이번에 여성 참정권이 사상 처음으로 허용되기는 했지만, 여성의 선거운동은 극히 제한됐습니다.
사우디 지방선거는 남녀 후보 모두 선거 벽보나 유인물에 얼굴 사진을 쓸 수 없고 TV 광고나 모스크 같은 공중시설 내 운동은 금지된 '얼굴 없는 선거'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후보들은 남성 유권자가 참가하는 대면 유세를 하지 못했고 남성 후보보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사회문화적·경제적 배경이 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여성들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호텔과 같은 실내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모아 공약을 설명하는 등 가능한 범위에서 열정적으로 유세에 나섰습니다.
검은 니캅을 쓰고 '기호 25번' 후보로 나선 아자제아 알호사이니는 연합뉴스에 "남성 후보는 지방선거를 치러봤지만 여성은 처음이니 유권자에게 나를 어떻게 알릴지 난감했다"며 SNS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야드의 한 선거구에서 후보로 나선 또 다른 여성 후보 아말 바드렐딘도 AP통신에 선거에서 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모든 것을 홀로 꾸렸고, 출마함으로써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선거 입후보자 6천140명 가운데 여성은 14.1%에 해당하는 865명입니다.
그러나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13만 6천 명으로, 남성 등록 유권자 135만 명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런 여성 유권자 수는 사우디의 만 18세 이상 여성의 2%, 전체 유권자의 8.7%에 불과한 것입니다.
투표소에서도 남녀가 구분돼 전국 1천263개 투표소 중 424곳이 여성 전용으로 운용됩니다.
앞서 사우디에서는 오랫동안 여성 참정권에 대한 요구가 묵살됐으나 '아랍의 봄'으로 분출한 민주화 요구로 2011년 고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2015년의 지방선거부터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여온 하툰 알파시 킹사우드대학 부교수는 여성 유권자·후보 수가 적은 이번 선거에 대해 "참여 자체가 여성의 승리"라며 "지방의회 의원에 여성이 포함되면 외면받았던 여성의 권리가 늘어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