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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와 오랜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풍경, 바로 아파트 단지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여기에 연립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같은 다른 공동 주택들까지 합치면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다른 집과 천장과 천장, 벽과 벽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아옹다옹 모여 살다 보니 늘 크고 작은 갈등도 따르죠.
지난달 서울 용산구에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자리를 두고 안타까운 참변이 일어났는데요, 정책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었을지 정혜경 기자가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8개 동에 130세대가 사는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현 주민 대표가 연임에 실패한 전 주민대표의 남편과 주먹다짐을 벌이다가 끝내 숨졌습니다.
14년 지기 이웃이지만 서로를 웬수처럼 여긴 둘은 인연의 세월만큼 갈등의 뿌리도 깊어서 이전에도 밀치고 싸우는 장면이 목격됐고 송사도 잦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동 대표 선출을 앞두고 선거인단 구성 방식을 놓고 싸움이 붙은 겁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전·현직 대표 간의 반목을 중재해줄 주체가 없었습니다. 관리소장도 없고 주택법상 150세대 미만이라 구청이 전문 인력을 두고 직접 관리 전반을 감독하는 의무관리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관할 구역 내 아파트 단지가 최소한 어떤 판으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기관이 보고받을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실제 이 아파트 단지에는 열댓 평 남짓한 1층 관리소에 경비 몇 명만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주민들조차 투표가 언제인지, 돈은 얼마나 끼어 있는지 정확한 내막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표는 있지만, 주민은 없는, 즉 관리의 부재가 미완성 자치의 비극을 낳은 겁니다.
의무 관리대상에서 빠진 중소 아파트 단지의 경우 여러 단지를 묶어서라도 자격을 갖추게 해서 관리인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도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수년간 대표들 사이 분쟁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책임 있는 누군가가 인지했더라면 적어도 인선을 앞두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건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 [취재파일] '이웃집 악당', 그리고 관리 없는 자치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