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계속 보면서 고개를 들지 않는다"
"2인1조로, 한 명이 밖에서 주변을 살핀다"
"돈을 찾다가 오류가 나도 직원을 찾지 않고 바로 내뺀다"
"현금 다발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바로 가방에 쓸어담는다"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들의 특징입니다. 현금인출책들은 CCTV를 의식해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모습인 경우가 많은데, 금감원은 여기에 이런 4가지 특징이 더 있다고 분석한 겁니다.
물론 일반인도 휴대폰으로 카톡하면서 고개를 숙인채 ATM기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특징들이 엿보인다면 주의깊게 봐야한다는 얘기입니다.
● 어디에서 많이 인출하나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이런 식으로 현금을 인출해간 보이스피싱 범죄 2,032건의 지역별 특징도 분석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종로구, 관악구가 각 100건씩으로 1~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4개 구가 전체 인출 건수의 45.1%를 차지했습니다.
왜 이곳일까. 금감원은 4가지 설명을 내놨습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거나 오가는 지역이라는게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입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금감원 조사 담당자는 "사람들 틈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번째는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은행 지점의 ATM기에서 인출 건수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지하철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기 좋다는 거죠.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현금인출건수 전국 2위'를 차지한 영등포의 한 은행 지점은 지하철 입구에서 채 2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네번째는 인근에 환전소가 많다는 겁니다. 환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로 환치기를 통해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개인환전업자를 통하면 은행보다 송금 수수료도 싸고, 신원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소요시간도 덜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현금 인출 건수 전국 1위'를 차지한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 역시 그랬습니다. 대기업 건물 1층에 있어서 경비도 제법 삼엄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지점에서 돈을 뽑아갔습니다. 실제로 인근에는 환전소들이 즐비했습니다. 뽑자마자 돈을 쏴버리는 현금인출책들이 외면하기 힘든 위치였습니다.
● '바로 그 ATM기' 밀착관리, 어떻게?
은행들은 어떤 지점에서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이 가장 많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ATM기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경고 문구를 붙여놨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인출 사고가 많은 지역입니다. 고객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 부탁드리며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의심되는 경우 즉시 경찰(112) 또는 OO은행(OOOO-OOOO)으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은 움찔할 수 있습니다.다른 일반 고객들이 한 번 주변을 둘러볼테니 더 불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들도 ATM기 전담직원을 배치해 주기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은행은 시간대별로 담당자들을 정해 영업점 바깥에 있는 ATM기도 감시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은행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잡기 힘든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일단 현금인출책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지역부터 봉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어디에서 주로 돈을 뽑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현금인출책들이 금감원 발표만 보고 현금 인출 은행을 어디로 바꿀지 판단할 수 없게 했습니다. 금감원과 시중은행들의 치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온 대책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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