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연말에 그냥 쭉 쉬라고?…"사정 모르는 소리"

김범주 기자

입력 : 2015.12.08 11:36|수정 : 2015.12.08 11:36

동영상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인사팀장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혁신처장이 직원들에게 "올 연말에 남은 휴가를 성탄절 지나면 그냥 다 써버려라." 이렇게 지시를 했는데 이게 또 파장이 일고 있어요.

<기자>

네, 휴가 좀 남으셨죠? 공무원이든 일반 직장인이든 휴가가 남으신 분들이 있는데, 이게 연말 지나가 버리면 다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이게 좀 아까운 건데, 이걸 깨보자, 그래서 인사혁신처장이 남은 휴가 있으면 말씀하신 대로 쭉 가라, 연말에 그냥 쭉 쉬라고 제안을 한 겁니다.

"나부터 성탄절 이후에 안 나올 거다." 윗사람이 이러면 편하죠. 휴가 갈 테니까, 다들 눈치 보지 말고 가라고 얘기를 했어요. 왜 그런지 직접 들어보시죠.

[이근면/인사혁신처장 : 가족과 함께 내년을 설계하고 한 해의 여러 가지 쌓인 것들을 풀어내고 우리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삶의 의욕과 희망과 내년의 목표를 또다시 준비한다면 얼마나 멋진 연말이 되겠습니까?]

실제로 외국계 회사들 많이 그렇고요,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도 중에도 이렇게 쉬는 경우가 꽤 됩니다. 열흘에서 많게는 2주까지 연말에 푹 쉬고, 연초에 나와서 일을 하는 거죠.

[하지원 과장/외국계 회사 인사팀 : 저희 보통 12월 20일 전후로 해서 업무가 종료되고 그때부터는 전체 휴가를 들어가고 있고, 오히려 개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면 회사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인사혁신처장이 삼성 인사팀장 출신이에요. 그래서 일반 회사들의 이런 경험을 공직사회에도 좀 해보자는 건데, 과연 될까? 그런 생각이 드시죠.

<앵커>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해당 부처는 상관없겠습니다만, 다른 정부부처라든지, 아니면 이게 민간으로 내려왔을 때 일반기업들은 각자 사정들이 다 있는 건데 다 같이 이렇게 쉴 수는 없잖아요.

<기자>

물어보니까 특히 공무원들은 예산안이 이제 나와서 연말에 계획 짜느라고 쉽지 않다고 얘기를 하고요, 직장인들 같은 경우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직접 얘기 들어봐도 "쉬는 회사는 정말 부러운데 우리 회사는 아닌데요." 이런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직접 얘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사정이 어떤지.

[4년 차 직장인 : 일하는 것만큼이나 쉬는 게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된 것 같고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데 나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게 연말 연차 휴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층, 30, 40대는 어차피 연말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해서 쉬고는 싶은데, 윗분들이 딱 앉아 계시니까, 그 정서를 이해 못 하셔서 쉽지 않다고 얘기입니다.

[11년 차 직장인 : 중간 관리자 이상인 선배들 40대 중후반 넘으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놀 줄을 몰라요. 배워본 적도 없고 그렇게 노는 선배들 본 적도 없고 주말에 가족들하고 뭘 해야지, 휴가 때 난 뭘 해야지 이런 계획들도 없고요.]

조금 바뀔 때다 되지 않았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인사혁신처장의 실험이 하나의 계기가 돼서 자기 휴가는, 특히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재충전하는 시기가 되면 좋으니까요. 쓸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면 내수를 비롯해서 경제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을 해볼 만한 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시도 자체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연말에 그런데 너무 다들 한꺼번에 다 같이 쉬어버리면 이용자들이 좀 불편할 수 있으니까 1년 동안 주어진 휴가를 충분히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다른 얘기 좀 해볼게요. 올 여름쯤 해서 너무 많이 팔려서 없어서 못 찾았던 과일 맛 소주가 있었는데, 요즘은 또 이게 인기가 뚝 떨어졌다면서요?

<기자>

처음엔 정말 열풍이었죠. 유자 맛, 사과 맛까지 나오고 별맛이 다 나왔잖아요. 자몽 맛도 나오고, 그런데 이게 쏟아졌었는데, 대형마트 통계인데 7월에는 전체 소주 판매량 중에 13%까지 갔었는데 8병 중의 1병 정도였죠.

그런데 이게 주춤주춤 내려가더니 지난달엔 다시 4%대까지 다시 내려앉았어요. 이유가 뭐냐, 소주를 우선 주로 마시는 사람들이 남자인데, 남자들 입맛엔 조금 안 맞는다.

여자들이 좋아는 했는데 여자들도 먹다 보니까 질린다는 사람이 나오고요, 이거 마셔보신 분들은 아는데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너무 먹게 됩니다. 앉은 자리에서.

그런 경험까지 작용해서 미끄러지고 있는 걸로 분석이 되는데, 그러고 보면 맛이라는 게 한 번 떠서 대세로 자리 잡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도 잠깐 떠서 인기 끌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사람 입맛 잡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이 과일 맛 소주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