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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1월 엘니뇨 가을장마의 두 얼굴

안영인 기자

입력 : 2015.12.01 17:01|수정 : 2015.12.01 17:13

곰팡이 핀 곶감, 가뭄에 단비


“곰팡이가 피고 물러 떨어져 절반은 버렸습니다.”

충북 영동 곶감 농가는 올해 상상도 못 했던 큰 피해를 봤다. 자연건조장에 깎아 매달아 뒀던 곶감의 절반 정도가 물러 떨어지거나 곰팡이가 핀 것이다. 영동군청은 적게는 30~40%, 보통은 50~60%, 많게는 거의 전부를 폐기처분한 농가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 각지의 곶감 농가 대부분이 11월에 때 아닌 가을장마로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실제로 11월 한 달 동안 영동(추풍령 관측소)에는 강수일이 19일이나 기록됐다. 사흘에 이틀 정도씩 비가 내린 것이다. 지난 11월은 영동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가 자주 많이 내렸다.

11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27.8㎜로 평년 46.7㎜보다 2.7배나 많았다. 기상 관측사상 두 번째로 비가 많이 내린 11월이다. 강수일 수도 급증한 전국 평균 14.9일로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다. 평년 7.1일 보다 2배나 비가 자주 내린 것이다. 특히 강원 영동지방은 평년보다 5배나 비가 많이 내렸는데 강릉의 경우 11월6일 부터 14일 까지 9일 동안 연속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191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 비가 이어진 것으로 기록됐다.

11월에 때 아닌 가을장마가 이어진 것은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진 엘니뇨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뜨거워진 동태평양에는 상대적으로 저기압성(반시계방향) 흐름이 형성되고, 서태평양인 필리핀 해 부근에는 고기압성(시계방향)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따뜻한 남풍 계열의 바람과 함께 많은 수증기가 들어오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다른 해보다 비가 자주 많이 내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해 모두 11월에 기록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지금까지 11월에 비가 많이 내린 해를 보면, 강수량 역대 최다 1위는 1997년 11월로 평년보다 3.5배나 많은 157.6mm나 내렸다. 97/98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바로 그 해다. 역대 2위는 올해 11월이다. 또 역대 3위는 1982년 11월로 평년보다 2.5배나 많은 117mm의 비가 내렸다. 1982년 역시 82/83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바로 그 해다.

최근(11월 8일~14일) 열대 동태평양의 엘니뇨 감시 구역(Nino3.4;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9.7℃로 평년보다 3.1℃나 높다. 97/98년, 82/83년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와 함께 지금까지 발생한 3대 엘니뇨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강력한 엘니뇨다.엘니뇨에 따른 가을장마로 피해를 본 경우도 있지만, 올해 늦가을 비는 더없이 고마운 단비다. 11월은 1년 가운데 대표적인 갈수기지만, 이 기간 동안 전국의 댐 저수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완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뭄의 시름을 잠시나마 놓기에 충분했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소양감댐은 수위가 2.23m 높아졌고, 저수율도 4.2% 상승했다. 가뭄이 극심한 보령댐도 수위가 1.04m 올라갔고, 저수율도 2.5% 높아졌다.  

대학교 기후 수업시간에 엘니뇨 때문에 일본 도쿄에 있는 두부공장 사장이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82/83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 엘니뇨에 대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엘니뇨 전공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82/83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해 미국에서는 이상 기후로 콩 농사가 큰 피해를 봤는데, 도쿄에서 미국 콩을 수입해 두부를 만들어 팔던 사장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콩 값에 두부 값까지 치솟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애기지만 열대 동태평양에서 발생한 엘니뇨가 미국 기후와 작물 생산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 것이 도쿄의 두부 시장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엘니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곶감이 비싸진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곶감을 자연건조장에서 말리는 농가는 11월 엘니뇨 가을장마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 같다.

2일(수)은 전국에 비가 내리고, 3일(목)은 곳곳에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번 비와 눈이 그치고 나면 그동안 잦았던 비나 눈은 줄어들 전망이다. 3일 이후 다음 주까지는 뚜렷한 비나 눈 소식은 없다. 기상청은 특히 12월 둘째 주 부터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눈이나 비가 적었던 예년의 12월과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참고자료: 2015년 11월 기상특성, 엘니뇨 전망(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