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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비밀공작세계를 넘나든 90대 CIA 노장 역사 속으로

입력 : 2015.11.26 10:29


쿠바 핵미사일 위기, 베를린 주둔 소련군 통신망 도청 등 지난 60여 년 동안 현대사에 남을 만한 굵직굵직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공작을 주도해온 90대 베테랑 정보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사망했습니다.

AP통신 등 외신은 독일, 프랑스, 소련, 오스트리아 등에서 다양한 비밀공작을 수행한 뒤 유엔주재 미 대표부 부대사 등을 역임하고 90세이던 지난해 5월 퇴임한 휴 몽고메리가 92세 생일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버지니아주 랭리 부근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동부 매사추세츠주 출신인 몽고메리는 하버드대에 재학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에 입대해 제82 공수사단의 일원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습니다.

전쟁 중 부상으로 CIA의 전신으로 전시 정보·공작기구인 전략사무처(OSS)로 자리를 옮겨 주로 방첩 분야에서 근무했습니다.

OSS에서 일할 당시 그는 독일이 최대 규모로 운영하면서 악명을 떨친 부헨발트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 현장의 참혹상을 목격하고 이를 보고한 최초의 미국인이기도 했습니다.

종전과 함께 모교로 돌아가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몽고메리는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53년 CIA에 들어가 베를린, 로마, 파리, 아테네, 빈, 모스크바 등에서 소련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을 주도했습니다.

베를린 지부 근무 당시 베를린 지하를 관통하는 소련의 통신망 비밀도청에 성공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1960년대 초 CIA 모스크바 지부 근무 당시에는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 기지를 설치해 미국을 타격하려는 소련의 기밀을 넘겨 미-소 간의 핵전쟁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당시 소련군 정보국(GRU) 소속 올레크 펜콥스키의 공작관이기도 했습니다.

몽고메리는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의해 국무부 정보국장으로 일했으며, 다시 1985년부터 1989년까지는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부대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국무부 근무 후 다시 CIA로 복귀한 몽고메리는 지난해 5월 퇴직 시까지 CIA와 우방 정보기관들과의 협력 내용 등을 담은 11권 분량의 비밀 역사서 발간을 주관했습니다.

역사서 발간이 끝나자마자 그는 퇴직을 신청해 60년 넘게 일한 CIA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CIA 출신자들 사이에 자서전을 내는 풍조와 달리 몽고메리는 재직 시 알게 된 정보는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철학에 따라 현대사에서 큰 전기를 마련한 그의 공작 활동에 대해서는 끝내 자서전을 내지 않았다고 AP는 덧붙였습니다.

베테랑 미 정보요원들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윌리엄 도노번' 상과 CIA 영예훈장을 잇따라 수상하기도 한 몽고메리에 대해 존 브레넌 CIA 국장은 "당대 가장 위대한 미국인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리언 파네타 전 CIA 국장도 재직 시 몽고메리의 조언을 여러 차례 구했다면서, "그는 CIA 창설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