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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년 메르켈…난민과 희비 함께 할 정치적 운명

입력 : 2015.11.21 03:11

지지층 이탈로 위기 맞았지만 난민해법 정치적 자산화 시도


독일 정치체제를 압축하는 말이 있다. 독일은 총리(수상)민주주의의 나라이자 정당국가라는 게 그것이다.

맡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권위와 힘이 비례되는 대통령이 '세러머니 킹'으로 존재하지만 실권은 총리가 다 쥐고 있고, 그 총리는 총선을 이끈 정당의 얼굴마담이자 지도자로서 의원들의 선거로 뽑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를 들여다보지 않고선 독일정치를 헤아릴 수 없고, 독일정치를 이해하지 않으면 유럽정국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유럽의 여제로 우뚝 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 그는 독일의 간판 보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의 당수다.

2000년 4월 10일 이 자리를 꿰찬 지 얼추 15년7개월여 됐다.

메르켈은 당수에 오른 뒤 5년여 지나 기민당을 집권 다수당으로 끌어올리고는 3기 연임의 총리 집권 10주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는 기념일 당일인 22일(현지시간) 별다른 외부활동이나 기념행사 없이 베를린 시내 자택에서 쉬거나 브란덴부르크 주말사저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주년 잔치를 하며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상황이 지나치게 엄중하다.

난민위기에 파리 테러가 기름을 부은 유럽은 지금 위기 그 자체다.

난민위기는 메르켈 총리의 개인 지지도를 수직낙하시켰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맙의 지난주 조사로 그의 지지율은 49%로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4월 75%였던 점을 고려하면 극적인 하락이다.

그의 인기에 등락이 좌우된다는 기민당의 지지율도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37%안팎으로까지 떨어졌다.

난민위기가 불거지기 전 지속하던 42%가량과 역시 대비된다.

여론 지지 악화 및 인기 저하는 자파 세력의 지지 약화와 악순환의 고리띠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에른주 지역정당이자 자매보수당인 기독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는 난민 수용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난민 통제를 압박하고 있다.

바이에른주 주총리를 맡고 있는 그로서는 오스트리아를 거쳐 밀려드는 난민 때문에 악화하는 지역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정부 재무장관은 "파리 테러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며 통제 강화의 볼륨을 최대치로 높였다.

기민당 내 간판 정치인들도 메르켈 총리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난민위기를 눈사태에 비유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장관 재량으로 난민 통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쇼이블레 장관이 '한 부주의한 스키어가 조금만 잘못해도 위험을 초래할 눈사태'라고 말한 것을 두고 그 스키어는 메르켈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랐을 정도로 기민당 리더들의 하모니는 보기 드믄 상황이다.

난민 포용을 앞세우는 메르켈 총리가 외로워 보인다는 관측이 이는 배경이다.

데메지에르 장관과 더불어 차세대 리더로 분류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만이 그나마 메르켈 총리를 공개적으로 응원한 바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권력의 누수는 안으로부터 생긴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메르켈이 2017년 총선에 나와 4기 연임하는 것을 의심하는 이가 별로 없었지만, 난민위기는 이처럼 원심력을 일으키며 유동성을 키우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집권 10년 새 당내 포진한 잠재적 경쟁 상대와 강성인물들을 모조리 중심무대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20일 빵 부스러기처럼 돼 버렸다고 비유하면서 올레 폰 보이스트 전 함부르크시장, 롤란트 코흐 헤센주총리, 슈테판 마푸스 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총리,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 페터 뮐러 전 자를란트주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민당 원내대표를 열거했다.

따라서 메르켈이 위기에 몰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국내외에서 인기와 신망이 상당한 데다 마땅한 도전자도 없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4기 연임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거론된다.

메르켈이 그리스 재정위기 봉합에 이어 유럽의 연대를 통해 난민위기를 결국 이겨낸다면 이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그에게 안길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무티(엄마) 메르켈'은 '난민의 무티 메르켈'로 불리며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을 넘어서는 역사적 최장수(16년간)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

알렌스바흐 여론조사로 다른 정치인이라고 메르켈보다 직무를 더 잘 수행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0%인 것을 보면 메르켈에게 주어진 희망의 공간은 여전히 작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