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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실수로 7억 원 '빚더미'…물거품이 된 '꿈'

권영인 기자

입력 : 2015.11.19 20:58|수정 : 2015.11.19 20:58




자신이 요리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쉐프 겸 오너를 꿈꾸며 밑바닥부터 닦아온 20살 청년. 20여 년의 노력 끝에 44세의 나이에 그는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뤘습니다.

재작년 그가 문을 연 한우 전문점은 맛은 물론 서비스까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월 매출이 7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6월에는 논현동 본점에 이어 신사동 분점까지 개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7억 원의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한참 인기가 올라가고 있던 지난해 5월 “여기서 음식을 먹고 일행 6명 모두 장염에 걸렸다”는 한 손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 씨는 모든 피해보상을 해주겠다 했지만 “보상은 필요 없고, 구청에 신고하겠다”며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고 2시간 뒤, 5명의 구청직원이 실태조사를 나왔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식중독균검출로 인한 영업정지 1개월’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구청에 선처를 요구하던 중 이 씨는 균 검출 검사를 담당한 보건환경 연구원에서 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검사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 이 씨의 매장은 영업정지 대상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구청의 위생과 담당자는 실험 결과서를 들이밀자 바로 ‘검사 결과지를 잘못 봤다’ ‘실수’였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영업정지 통보를 취소했습니다.

다행히 실제 영업정지는 면했지만, 그 사이 ‘식중독 식당’이라는 소문은 날대로 났고, 손님은 떠날 대로 떠난 상태였습니다.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고, 영업정지로 일자리를 잃을 까봐 직원들이 무더기로 가게를 떠나면서 가게 운영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완공을 앞둔 신사점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결국 논현 본점은 올해 5월 폐업했고 우여곡절 끝에 개업한 신사점도 현재 임대료 미납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영업정지를 잘못 통보한 구청은 여전히 ‘업무상의 실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실수가 있을 수 있는지... 진상규명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흔한 실수가 누군가의 인생을 망쳤다면, 게다가 그런 피해가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그 실수를 그냥 눈감고 지나쳐야 하는 걸까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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