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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신은 무죄, 다리는 유죄?…오락가락 몰카 판결

입력 : 2015.11.19 10:25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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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세요!

▶ 임제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몰카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최근 몰카 범죄의 처벌 여부를 가리는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어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언론에서 “다리 몰카는 유죄 전신 몰카는 무죄”라는 등의 제목으로 보도가 많이 된 판결인데요, 논란이 많은 판결이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간단하게 사건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 임제혁 변호사:

30대 남성이 지하철역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몰카 사진 58장을 찍었는데요, 그 중에는 신체 특정부위를 부각시키는 사진들도 있었고, 전신사진으로 ?E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핫팬츠를 입은 여성을 찍은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이 특정부위를 찍은 사진들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보면서도, 전신이 담긴 사진 16장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다리나 팔, 가슴 같이 특정 부위를 찍으면 처벌을 하고 전신을 찍으면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일단 판결 자체는 그렇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먼저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조문을 보면 말이죠,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몰래 나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거나 내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끔 하는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데 판결은 노출이 많은 옷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그런 옷들도 많아지고 통상적인 것이 되니, 이런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의 경우라면, 즉 촬영의 대상이 전신이면, 전신을 두고 형법상 처벌 대상인‘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해석하는 것은 비논리적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노출부위가 좀 있는 평상복을 입은 제 전신을, 다른 사람이 제 허락도 없이 몰래 찍었다? 전 굉장히 불쾌할 것 같은데...? 몰래 찍은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 임제혁 변호사: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이 판결이 논란이 되는 것이죠. 찍힌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적욕망으로 누군가 내 신체의 일부를 찍든 내 몸 전체를 찍든 불쾌한 것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이죠. 아니 솔직히 말씀드려서 누가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전신이 찍혀서 누군가의 성적 욕망, 집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다리나 가슴이 찍힌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미니스커트나 배꼽티 같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도 평상복 입은 것을 찍었다면 무죄다? 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데 변호사님은 어떠세요?

▶ 임제혁 변호사:

굳이 이 판결을 이해해 해보자면, 죄형법정주의의 엄격함을 유지하기 위해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경우 처벌이 가능한 경우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출이 많은 경우라도 평상복을 입은 전신은 이 범위 안에 안 넣은 것이겠죠. 일면 타당한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몰카를 처벌하는 이유는 촬영행위로 밝혀지는 저열한 의도와 그로인한 피사체 느끼는 수치심 때문이에요. 왜 짧은 치마나 짧은 교복 입고 다리를 꼬고 있는 여성들만 골라 찍는 거예요? 그것도 특정부위를 부각시킨 사진들과 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로 전신을 촬영한 경우를 처벌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점이 생겨요.

▷ 한수진/사회자:

다른 문제점이요?

▶ 임제혁 변호사:

좀 전에 말씀드린 성폭법의 조항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반포, 판매, 배포 등을 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노출이 있는 평상복을 입은 전신을 촬영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면 말이에요, 이런 사람들 나옵니다. 사진은 전부 전신을 찍는 거예요. 핫팬츠,미니스커트, 짧은 교복 입은 사람들의 전신사진을 찍는 거예요.

그리고는 요즘 핸드폰 카메라도 1000만 화소 넘어요, 전신을 찍어놓고 그 중 특정 신체부위만 편집하는 거죠. 그래도 충분히 화질은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부위를 편집한 사진을 인터넷이든 어디든 게시해요. 이렇게 되면요, 편집한 일부를 게시, 배포한 행위는 처벌할 여지가 남아있겠지만, 더 이상 촬영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되요. 멀쩡한 법조문의 일부는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거예요. 사문화 시킨다고 하죠. 법조문의 일부를 죽은 문구로 만드는 거예요. 몰카 촬영을 처벌하는 법조문의 죽이는 것이 되요.

▷ 한수진/사회자:

결국 해석의 여지가 있고,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인데, 이렇게 해석이 넓게 가능하면 판결도 오락가락 할 수 있지 않나요?

▶ 임제혁 변호사:

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결과죠. 50대 남성이 마을버스에 앉아있는 10대 여성의 치마와 허벅지를 촬영한 것은 유죄, 30대 남성이 미용실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종업의 다리를 촬영한 것은 무죄, 스키니진을 입고 지나가는 여성의 전신 뒷모습을 촬영한 것은 무죄...이번 사건도 특정부위는 유죄, 전신은 무죄. 일정한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해석의 범위가 넓으면 차라리 전신을 찍느냐, 특정 부위를 찍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갖고 몰카를 찍었느냐, 어떤 목적으로 찍었느냐 이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몰카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대법원 판결이 있어요. 2008년도에 나온 것인데, 성적욕망 또는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겁니다. 이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피해자와 같은 성별, 나이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촬영자의 의도, 촬영의 경위, 장소,각도, 거리,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저것 다 고려해서 판단한다는 것인데, 이번 판결은 이것저것 다 고려하면서도 전신을 찍는 촬영자의 의도는 고려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수십 장의 사진이 특정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해서 성적 욕망을 위해 찍은 거예요. 그런데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성의 전신을 찍은 것은 거기서 예외가 되어 무죄가 되고 이는 초상권의 문제로 민사소송에서 다투어야 한다는 논리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판결에서 전신을 촬영한 경우는 초상권의 문제로 접근해서 판단해야 한다. 결국, 민사문제라는 것인데, 이렇게 보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요?

▶ 임제혁 변호사:

초상권의 문제로 간다는 것은 그 사진으로 대상이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즉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저는 그냥 단순히 초상권의 문제로 보아 처벌 없이 민사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카메라등 이용 촬영 죄를 들어 형사처벌을 하는 외에 민사적으로 초상권의 문제가 플러스알파로 더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이상한 몰카들 가운데 핫팬츠를 입은 내 사진도 들어가 있어요. 심지어 핫팬츠를 입은 사람이 나라는 것까지 알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민사소송으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뿐이니 손해배상만 청구해라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왜 내 사진이 변태적인 몰카들 사이에 있는지, 거기서 느껴지는 성적 수치심 때문에 촬영한 사람을 처벌할 필요성도 있는 것 아닌가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도 하거든요, 전신을 촬영한 것도 처벌한다고 하면, 앞으로 길에서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워지는 것 아닐까요?

▶ 임제혁 변호사:

그런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찍히면 무조건 초상권의 문제가 생기거나 성폭법의 카메라등 이용촬영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에는 촬영자의 의도와 피사체로 포함된 이들의 감정을 모두 판단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위해 대법원이 들고 있는 많은 요건들을 살펴야겠지요. 광화문의 복잡한 일상을 담고 싶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촬영합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찍힐 것이고 지나가는 여성분의 뒷모습도 찍힐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사진은 결국은 불특정 다수의 바쁜 모습을 찍는거예요. 여기서 성적인 의도를 찾아낸다면 오히려 그것이 사회통념에 반하는 것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을 한 판사가 남자기 때문에 전신을 촬영한 것을 두고 무죄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제혁 변호사:

저는 그것은 우리 사법부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에서는 판단이 엇갈릴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심급제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냐의 문제겠죠. 특정신체부위를 촬영하는 것과 전신사진을 찍는 것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볼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지, 판단을 하는 법관의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