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이 파리 테러를 사주했다고 주장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도·감청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IS의 사이버 은거지이자 선전장인 텔레그램 메신저가 다시금 시선을 끕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머니와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IS를 비롯한 과격 테러리스트와 IS 추종 세력은 트위터 등 기존의 소통 수단에서 벗어나 훨씬 보안이 잘되는 텔레그램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정부 기관의 카카오 톡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용자가 이중 암호화로 뛰어난 보안 기능을 지닌 텔레그램으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IS는 폭발물을 탑재해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뒤 10월 31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또 프랑스 파리 테러 참사가 앞으로 다가올 거센 폭풍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추가 테러를 예고했습니다.
IS는 사용자들이 사진, 영상 등을 무수히 많은 구독자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텔레그램이 만든 '채널'이라는 서비스를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연구 투자 기관인 플래시포인트 글로벌파트너스의 조사 담당자인 래이스 알쿠리는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IS가 텔레그램으로 하루에 10∼20개에 달하는 공식 성명과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특정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 단체는 텔레그램 사용자로 하여금 테러 지원 비용을 대면서 자신의 돈이 어떤 무기를 구매하는 데 사용되기를 바라는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소유한 메신저인 왓츠앱 등 지구촌 사용자에게 익숙한 소셜 미디어보다는 텔레그램이 덜 알려진 탓에 정보기관의 감시를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CNN 머니는 짚었습니다.
텔레그램은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5천만 명 이상이 10억 건 이상의 메시지를 자사 메신저에서 주고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파리 테러 2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테러활동 감시단체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 보고서를 인용해 IS의 선전장이 된 텔레그램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2013년 독일 베를린에 설립한 텔레그램은 경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더 빠르고 (보안상) 안전한' 장치임을 지향합니다.
최대 200명과 그룹 채팅을 할 수 있고,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 주고받은 콘텐츠가 일정 시일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비밀 대화 방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파벨은 러시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브콘탁테(VK·Vkontakte)를 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정부에 사용자들의 데이터 정보 내역 제공을 거부하고 고국을 떠났습니다.
파벨과 니콜라이 형제는 텔레그램을 세운 이유가 수익 창출이 아닌 러시아 정보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의사소통 수단 개발에 있음을 작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IT 공룡기업이 미국 정부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사생활이라는 담론을 효과적으로 악용해왔다며 비판적인 시각도 보였습니다.
결국, 정보기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복잡하게 설계된 텔레그램이라는 공간에서 IS가 버젓이 활개치는 현실에 각국 정보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워싱턴포스트와 마찬가지로 CNN 머니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