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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지켜주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한세현 기자

입력 : 2015.11.16 09:24|수정 : 2015.11.16 16:02


지난 6월 대구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절도 혐의’로 붙잡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가져가다가 주인에게 들킨 겁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청소년을 경찰서로 데려 가려가기 위해 순찰차에 태웠습니다. 바로 그때, 이 청소년이 갑자기 큰소리를 고함치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경찰관을 향해 발길질까지 했습니다. 놀란 경찰이 머리 등을 때려 간신히 제압했지만, 자칫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청소년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다 보면, 이런 안타까운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본의 아니게 인권을 침해하거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겁니다. 성폭행을 당한 지적장애 여성이 가해자 남성들과 ‘대질 심문’을 받는가 하면, 입원 중인 장애인 피해자가 직접 경찰서 출석해 조사받는 일도 있습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은 사실을 확인하라고 강제로 도장을 찍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는 장애인들뿐 아니라 수사관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지난달 울산에선 자폐증을 앓고 있는 10대를 체포하던 중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피의자가 순찰차에서 내려 철길로 뛰어들었고, 구조에 나섰던 경찰관들이 열차에 치인 겁니다. 자폐 아동을 충분한 설명 없이 좁은 순찰차 안에 태운 게 문제였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현행법(장애인처벌금지및귄리구제등에관한법률)엔 "사법기관은 사건 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장애인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기를 신청하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한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검사와 경찰관에게 매년 1회 이상 교육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이런 조치가 현장에선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경찰청별로 ‘장애인 수사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시작하기 시작한 겁니다. 장애인-성범죄 전문수사관이자,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따른 경찰의 역할과 사명'이란 주제로 경찰관들을 교육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박하연 경사를 만나봤습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따른 경찰의 역할과 사명'이란 주제로 강연 중인 박하연 경사- 성범죄와 장애인범죄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세요?
= 지금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성추행이나 몰래카메라 촬영 등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범죄를 전담하고 있어요.
 
- 어떻게 해서 장애인 관련 수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 2002년 첫 부임지가 서울 노원경찰서 ‘형사과’였어요. 이후 지금까지 줄곧 강력 범죄를 다루는 형사계에서 ‘성폭력 전담 수사관’으로 근무했어요.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지적장애인들은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성범죄에 노출되기가 쉬워요. 자연스럽게 그런 지적장애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게 됐어요.
 
- 현장에선 주로 어떤 문제가 자주 발생하나요?
= 기본적으로 경찰관들이 장애인에 대해 잘 몰라요. 초임 형사 시절에 성폭력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피해자가 말하는 내용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성폭행당한 건 알겠는데, 진술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요. 눈앞에서 피의자가 버젓이 돌아다니는데도,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어요.

그 후 피해자와 가족들은 큰 상처를 입었고, 피의자를 피해 이사까지 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가 지적 장애인이었더라고요. 뒤늦게 가슴을 치며 후회했어요. 그때부터 장애인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 현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 주로 어떤 점을 알려주나요?
=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성을 알려주고, 사건 수사하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장애인인지를 인지하는 건데요. 다리나 팔이 없는 ‘절단장애인’이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지체장애인’과 달리, 뇌에 장애가 있는 ‘발달 장애인’은 언뜻 봐서는 비장애인과 구분이 잘 안 돼요. 발달장애는 다시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나뉘는데, 지적장애는 정신발육이 늦어 사회생활이 어렵습니다. 정신연령이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이에요.

반면, 자폐성 장애는 지적장애 보다 지적능력은 높지만, 갑자기 소리를 치거나 발작하는 등 감각적으로 이상 반응을 보여요. 또,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에요. 당연히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거든요. 교육할 때 주로 이런 장애인들의 특징과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합니다.
 
- 이들 장애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 먼저, 민원인이 어수룩해 보이고 이상한 행동하면 주민센터에 장애인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장애인 등록이 안 됐다고 해도. 장애가 있지만, 등록을 안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장애인인지 병원에 문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애인이란 사실이 확인되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발달 장애인들은 낯선 환경과 낯선 자극에 매우 민감해서 만약 조서를 작성한다고 발달장애인을 앞에 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 그 소리에 간질 증세를 보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걸을 ‘혐오 자극’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자극을 피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사건의 특징을 검사나 판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소견에 따른 연구·논문자료를 첨부하고, 목격자·참고인·상담소 진술을 같이 제출하면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요?
= 돌아보면, 저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던 적이 많았던 거 같아요.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심각한 인권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거든요. 발달 장애인들은 만 3세 이전부터 “도움이 필요할 땐 공공기관으로 찾아가라."고 교육받는데,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경찰이잖아요.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그런 안타까운 일은 꼭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었어요.“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는 저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특정한 존재에 짧은 이름을 붙이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폭력적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진실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요구해오기도 한다.” 박 경사 인터뷰를 마치며 신 교수의 지적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폭력적인 존재’는 아니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한민경 박사(유아교육학-특수교육학)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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