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는 지난해 여름 흑인청년이 백인경관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폭동과 소요가 한 달 이상 이어졌던 곳입니다. 전장을 방불케 한 폭력이 난무하면서 방위군까지 투입됐던 이 곳은 인종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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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퍼거슨시가 있는 미주리주에서 또 다시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나 한동안 미국이 시끌시끌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미주리 주립대학입니다. 몇달 전부터 이 대학에서 흑인을 모욕하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첫 사건은 지난 9월 이 학교 흑인학생회장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이 나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학교는 다른 미국 대학처럼 백인 학생이 80% 가까이로 가장 많고 흑인 학생은 8% 정도인데요, 누군가 차를 몰고 가다 흑인 학생회장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고 달아났습니다. 이어 지난달에는 흑인 학생들이 연극 연습을 하는데 한 백인 학생이 무대위로 올라와 역시 흑인을 차별하는 욕설을 했고 기숙사 화장실 벽에 누군가 인분으로 인종차별의 상징인 나치 문양까지 그려놓으면서 흑인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술에 취한 백인 학생들이 흑인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흑인학생들은 'Concerned Student 1950'란 단체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흑인에게 처음 미주리대 입학이 허가된 1950년에서 이름을 딴 이 단체는 울페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총장 차를 가로막기도 했고 교내 시위와 집회를 주도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백인은 여전히 흑인이나 소수민족 학생과 다른 대우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2015년으로 이런 잘못된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일련의 인종차별사건에 대한 조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울페 총장은 미식축구팀 흑인 선수를 깔보는 발언까지 하면서 사태에 기름을 붇습니다. 그러자 한 흑인 학생이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학생들은 총장을 믿을 수 없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며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그럼에도 총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학생들과 대화에 집중할 것이며 자신이 흑인 학생을 외면하고 차를 돌려 달아난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버텼습니다.
![미주리대 흑인 풋볼선수 총장사퇴 요구](https://img.sbs.co.kr/newimg/news/20151111/200885633_700.jpg)
꿈쩍않던 울페 총장이 전격적으로 지난 월요일 물러나기로 한 것은 학교 미식축구팀이 나선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 대학 소속 흑인 미식축구 선수들이 총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학 풋볼경기에 나가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이 대학소속 흑인 선수는 30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데 이들은 서로 팔을 붙잡은 사진과 함께 '어떤 곳에서 발생한 부정의가 다른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면서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입니다. 여기에 감독과 다른 선수들까지 흑인 선수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나섰습니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인 미식축구는 프로 경기 못지않게 대학 경기도 큰 인기를 끌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중계권료로 대학 재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경기 하나만 취소될 경우 미주리대학은 상대인 브리검 영 대학에 일방적인 경기취소에 따른 벌금으로 1백만 달러, 우리돈 11억원여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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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학스포츠(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미식축구리그는 미국내 모든 스포츠 종목 가운데 프로미식축구와 프로야구에 이어 세번째로 인기가 많은 종목이라는 조사도 있듯 프로 경기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높은 인기 덕분에 ESPN이 대학경기를 7차례 중계하는 대가로 년간 7천억원을 낸다고 하니 한 경기 중계권료가 1천억원에 이르는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잘 나가는 1부리그 풋볼팀의 연간 평균수입은 지난 1970년 650만달러에서 2012년에는 9배나 치솟아 5천 6백만달러에 이른다고 하고 대학 수익금의 60%이상이 미식축구팀 경기수입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미주리대 흑인 풋볼 선수들](https://img.sbs.co.kr/newimg/news/20151111/200885603_700.jpg)
미주리주 풋볼팀의 경기 보이콧 소식은 졸업생과 사태를 수수방관하던 이사회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당장의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앞으로 미주리대학이 흑인선수를 영입하는데 엄청난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는데요 이례적으로 백악관까지 나서 미주리대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풋불팀을 비롯한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총장이 물러난데 대해 "소수의 목소리가 심대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환영했습니다. 흑인소요의 진원지에서 또다시 흑백차별로 인한 불상사가 일어나기를 누구도 바라지 않았고 다행스럽게 끝났다는게 미국내 주된 평가입니다.
수많은 흑인들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여전히 인종차별적 대우를 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와 주장엔 큰 힘이 실리지 않아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큰 돈을 좌지우지하는 흑인들의 움직임은 결코 '소수'나 '약자'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의 어두운 모습일까요, 아니면 냉혹한 현실일까요 어쨌든 뒷맛은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