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챙이에 꽂아 구운 소고기나 양고기를 썰어서 채소와 함께 먹는 이 음식. '케밥'
그런데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강력히 반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 랑그독 지방, 베지에라는 도시의 메나르 시장입니다. 메나르 시장은 최근 도심 내 역사 유적 보호를 위해 앞으로 식당을 열 때는 시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이 케밥 식당을 더 열지 못하도록 한 조치라는 속내를 드러낸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케밥이 터키나 중동 이민자들이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이랍니다.
[메나르 / 베지에시장]
“우리나라는 유대-기독교인의 나라인데 지금 이민자가 너무 많다. 베지에 시에 케밥 식당이 20곳이다. 앞으로는 더 열 수 없다."
메나르 시장은 케밥을 먹으면 이슬람화될 수도 있으니 더 더이상의 케밥 시장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인이 초밥을 먹으면 일본인이 될 수 있으니 일식당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이런 무리수, 무엇 때문일까요?
메나르 시장이 반 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프랑스에선 지방선거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메나르 시장이 속한 국민전선은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난민들은 늘어나는 가운데, 누군가에 화풀이하고 싶은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국민전선이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도구로 메나르 시장은 ‘안티-케밥’을 들고 나온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공포심과 경각심을 느끼는 사람이 프랑스 사회에는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백인과 기독교의 나라"라는 도그마에 집착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떨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 또는 특정 종교를 겨냥해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성과 화합에 반하는 도그마가 판을 칠수록, 사회는 야만화되고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