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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지 못했던 35%의 희망

정경윤 기자

입력 : 2015.11.08 07:13|수정 : 2015.11.08 07:13




처벌의 강도가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1961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는 ‘선생’과 ‘학생’으로 역할을 나눕니다. 학생이 오답을 말하면 선생은 전기 충격을 주도록 했습니다. 선생과 학생은 서로 볼 수 없도록 다른 방에 들어갔습니다. 학생이 오답을 말하자 선생은 지시에 따라 전기 충격 버튼을 눌렀습니다.  옆방에서 들리는 고통의 소리에 선생은 망설였지만 연구자는 실험을 계속하라고 부추겼습니다.

사실 이 실험은 ‘선생’을 빼고는 모두 가짜였습니다. 학생은 밀그램의 조교였고, 실제 전기 충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선생의 65%는  450V까지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사람들이 권위 앞에 얼마나 잔인한 행위를 하는지 보여준 이 실험은 학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예일대 근처만 찾아봐도 독일 나치 수용소를 만들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험을 설계했던 밀그램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사람에 대한 혐오증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밀그램이 간과했던 게 있습니다. 바로 나머지 35%. 그들은 명령과 지시에 완전히 복종하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이란 단지 상황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 로렌 슬레이터(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저자)
밀그램에 반박하는 연구들이 쏟아졌습니다. 우선 실험 자체가 ‘특수 상황’이라는 점. 일상에서 보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황에도 강한 신념을 보인 나머지 35%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교적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상황 판단 능력이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저는 저의 도덕성이 얼마나 약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윤리 운동을 시작했고,  권위에 따라 행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제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 가운데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50년 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방송사와 함께 밀그램의 실험을 재현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시작 전부터 실험을 포기한 사람, 전압 버튼을 누르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그 비율이 35%보다 높았다는 겁니다.

권위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밀그램의 실험을 증명이라도 하듯 65%의 폭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독재를 몰아내고, 전범을 처벌하고, 과거를 반성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밀그램이 보지 못했던 35%, 65%를 변화시키는 ‘희망’이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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