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청년 수당’ 정책이 마주한 ‘포퓰리즘’ 논란
서울시가 ‘청년정책 기본 계획’을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자리와 주거, 공간문제 등 청년문제 관련 대책에 앞으로 5년 동안 7천1백억 원의 예산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핵심적으로 거론되는 정책은 바로 ‘청년활동 지원 사업’이다.
일할 의지가 있지만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매달 50만 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지급하는 이른바 ‘청년 수당’ 정책이다. 만 19살부터 29살까지 중위소득 60퍼센트 이하의 정기소득 없는 미취업 청년 중 구직 활동을 비롯해 공공·사회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활동계획서를 받고 이를 토대로 한해 3천 명을 선발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자는 개념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앞서 성남시는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24살 이하 청년들에게 매년 1백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청년 배당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가로막혔는데, 서울시는 이에 대해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성남시 정책이 해당 연령대 청년 모두에게 소득 유무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개념이라면, 서울시 정책은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취업 활동비를 지원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구분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청년 수당 정책은 성남시와 비슷한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비판적인 반응의 핵심은 “왜 노는 사람한테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논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미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제도가 존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업급여’ 제도이다. 청년수당과 실업급여 제도를 비교해봤다.
●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실업급여’ 제도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실업급여 제도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발췌)
실업급여 지급 요건과 지급액은 다음과 같다.

퇴직 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을 적게는 90일에서 많게는 240일 동안 '구직급여' 명목으로 받을 수 있는데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고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구직급여를 받다가 취업을 하게 되면 더는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서울시가 제시한 청년 수당 역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가운데 활동계획서(공공·사회활동 혹은 자기주도적 활동)를 제출받고 심사해 한해 3천 명을 선발하고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 부분은 여러 언론의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자기주도적 활동’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 범위까지 ‘일할 의지가 있다고’ 인정하겠다는 건지, 아직 구체적인 심사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를 살펴보면, ‘적극적인 재취업 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이 정도 수준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만약 비슷하게 적용해 본다면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은 대부분 조건에 해당된다. 수십 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가 좌절하는 건 오늘날 청년들이 매일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실업급여 제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대국민담화에서 실업급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평균임금의 50% 수준인 실업급여를 60%로 올리고 지급기간도 현행보다 30일 늘리겠다고 말해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대로 실업급여가 확대되면 연간 1조 4천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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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취약계층’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
서울시의 청년 수당 정책을 보며 실업급여를 떠올린 건 두 제도가 몹시 닮았기 때문이다. 대상이 다를 뿐 취지는 같다. 실업급여가 근로자의 실직 후 재취업까지의 공백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청년수당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졸업 후 취업까지의 공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짧았던 공백이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의 정책 발표 내용에는 실업급여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애초 정책을 만들 때 서울시가 실업급여 개념을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청년 수당의 취지를 실업급여 제도를 인용해 설명했다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시민 입장에서 지금만큼의 반발이 일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 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업급여와 청년 수당의 대상은 다른 측면이 있다. 이미 일정한 소득을 받으며 가계를 꾸려가던 ‘실직자’에게 일정 기간 유사 급여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청년 수당은 아직 생애 첫 직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후자는 지금껏 도입되지 않았던 개념이기에, 지금껏 국가가 나서 보호해주던 대상이 아니었기에, 그만큼의 논란이 따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청년 수당’ 개념, 아니 ‘청년 구직 활동비’ 개념이 나온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청년들을 보면 정말 취업이 어렵다. 예전 같으면 한참 일하고 있을 나이의 청년들이 기약 없는 ‘취업준비생’ 생활을 하고 있다. 취업 의지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졸업유예자와 NEET청년, 초단시간근로자(아르바이트생) 등,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사회 밖 청년’은 서울에 사는 20대 가운데 35%, 50만 2천 명에 달한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자리 잡을 만큼 청년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팍팍해졌다.
* 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 정규 교육을 받지도 않고, 노동시장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
마땅히 일을 하고 소득이 있어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국가가 나서 최소한의 구제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청년 수당과 실업급여는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두 제도에 대한 반응에는 사뭇 온도차가 있다. 청년 구직자들은 실업자들에게 가해지는 잣대보다 훨씬 가혹한 평가를 받는다. 지난 세월동안 청년들은 ‘취약계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이미 이들은 너무도 취약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일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지 않아 부모님께 눈치를 보며 용돈을 타 쓰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최저임금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등껍질처럼 쌓인 학자금 대출이 어깨를 짓눌러 취업도 하기 전에 이미 진이 빠진다. 그래서 이번 청년 수당 정책을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이런 정책이 나왔을까.